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확전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공유하는 정보에 대한 지침을 마련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와 첩보를 제공한다는 원칙이다.
앞서 미 언론들은 이달 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흑해 함대의 기함 모스크바호를 격침하고 10명이 넘는 러시아 장성을 사살한 데는 미국이 제공한 정보가 큰 역할을 했다고 당국자들을 인용해 일제히 보도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자극해 미·러 갈등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외신에 따르면 미 행정부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와 공유할 수 있는 정보의 종류에 대해 두 가지 광범위한 금지령를 내렸다.
이 금지령은 장성을 포함한 러시아 군 장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서류상으로는 그렇지만 우크라이나에 장군들의 위치 정보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며 “어떤 종류의 장군도 살해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정보 공유 금지법의 두 번째 범주는 우크라이나가 국경 밖의 러시아 목표물을 공격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든 정보라고 관리들은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의회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전술은 그들의 결정이다”고 역설했다.
정보 공유의 제한 외에도 미국은 관리들이 ‘표적 정보’라고 부르는 정보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특정 러시아 장군이 특정 위치에서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우크라이나군에게 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러시아 군대와 위치를 타깃으로 삼진 않지만 러시아군을 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지만 법률 전문가는 표적의 정의가 분쟁의 당사자가 아님을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대사관의 법률 고문이었던 스콧 앤더슨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이 외국 정당에 표적 정보를 제공하고, 표적 결정에 밀접하게 관여하고 있다면 미국이 그 세력을 지휘하고 그들은 우리를 위한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는 사실상 러시아를 공격하는 선에 가까워진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군이 지난달 격침한 러시아 흑해함대의 기함 ‘모스크바호’’의 위치 정보 역시 미국이 제공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달 14일 자국군의 넵튠 지대함 미사일 2발로 모스크바호를 침몰시켰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다만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모스크바호 공격을 사전에 알지 못했으며 공격 결정에도 가담하지 않았다고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이 관리는 “이 정보는 우크라이나의 방어를 돕기 위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관리들은 러시아를 공격하기보다는 오데사 주변의 보호를 강화하거나 민간인을 대피시키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결정할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서면 성명을 통해 “우리는 러시아에 대한 구체적인 표적 정보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인들이 함선을 공격하기로 한 결정이나 그들이 수행한 작전에 관여하지 않았다.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함선을 표적으로 삼으려는 의도를 사전에 알지 못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이 경우처럼 러시아 해군 함정을 추적하고 표적화할 수 있는 자체 정보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WP는 “미국의 정보가 없었다면 우크라이나는 공급이 부족한 넵튠 미사일을 두 발이나 사용하는 것을 주저했을 수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갈등이 고조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마련한 정보 공유 규칙에 따라 우크라이나를 직접 지원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