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한 신군부 정권이 항쟁 참여 피해자의 인권을 지속적으로 침해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5·18조사위)는 12일 ‘대국민 보고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5·18조사위는 5·18 유혈 진압 전후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노태우 정권이 5·18피해자를 강제 징집하고 삼청교육대에 입소시키는 등 지속적인 인권 탄압 사실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5·18 이후 구속 수감자·부상자·연행자 등 피해자를 강제 징집, 보안사령부 특별 관리 대상자로 분류한 사례는 현재까지 10건인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특별 관리 대상자는 동향 관찰, 의식 순화 교육 등 녹화 사업에 강제 편입됐다고 5·18조사위는 설명했다.
강제 징집, 녹화사업 대상자 중 군 복무를 마친 이후에도 보안사령부가 동향을 꾸준히 감시한 정황이 담긴 기록도 찾아냈다.
당시 합동수사본부가 5·18 관련자를 A·B·C·D 등으로 나누고, B-1등급자 중 일부를 ‘훈방 조치 후 삼청 계획 사범 편입 처리할 것’이라고 지시한 것도 사실로 입증됐다.
이에 따라 5·18조사위는 1980년 ‘계엄포고령 위반자’로 강제 징집된 64명의 신원을 확보, 5·18 관련성 여부를 규명할 계획이다. 또 기록과 증언 등을 토대로, 광주·전남 지역 삼청교육대 입소자 2135명 중 5·18 관련자를 따로 분류해 구체적인 입소 경위를 조사한다.
‘5·18과 관련됐다는 이유로 삼청교육대에 끌려가 가혹 행위를 당했다’며 직접 진상 규명을 요청한 사례 3건에 대해서도 자세한 진위를 들여다 본다.
이와 별개로, 5·18조사위는 항쟁 전후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 사건에 대해서도 지난해 8월부터 직권 조사를 개시했다.
5·18조사위는 신군부가 항쟁 이전엔 전국 예비 검속을 통해 정치인·재야인사·학생 등을 체포했고, 무자비 진압 이후에도 참상을 알리려던 이들을 전국 각지에서 무차별 검거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 발표 기록을 근거로 예비검속자는 2699명, 육군본부 문서 상 ‘광주소요 관련 검거자’ 2577명 등에 이른다.
5·18조사위는 이들 중 상당수가 치안본부, 보안사 예하 각 지역 부대, 중앙정보부·각 지부, 군 부대(상무대·헌병대·지역 사단) 등지에서 불법 구금, 폭행, 혹독한 고문 등을 당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까지 5·18 당시 서울·경기 등 전국 12개 시·도에서 연대 투쟁에 나선 1000여 명 이상이 조사 대상자로 잠정 분류됐다.
송선태 5·18조사위원장은 “5·18민주화운동 관련자의 강제 징집, 삼청교육대 입소 사례를 비롯해 희생자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5·18 이후에 겪은 각종 인권탄압 사건의 진상을 총체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조사 결과는 국가보고서로 남기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국적으로 벌어진 인권침해 사건의 조사 범위·대상 등을 명확히 하기 위해 깊이 논의하고 있다. 확인된 피해 경위에 대해서는 관련 기록을 확인하고 가해 기관 등을 파악해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고 다짐했다.
[광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