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에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필요성을 언급하며 북한을 강하게 비판했다. CVID는 북한이 매우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표현으로, 문재인 정부 때는 사용을 자제해왔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한국의 대북 기조가 180도 달라진 것.
조현 주유엔 한국대사는 11일(현지 시간)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통해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를 구현해나가려는 우리의 노력에 호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하루 만에 북한 미사일 도발에 관한 안보리 회의에서 이같이 밝힌 것. 북한은 그동안 CVID에 대해 “패전국에나 사용하는 굴욕적인 표현”이라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수위를 낮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CD)’ 등 용어로 대체한 바 있다.
조 대사는 또 “북한은 도발을 저질러도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안보리는 북한의 반복된 도발에 강화된 조치를 담은 새로운 결의안으로 대응해야 한다”고도 했다.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명백하게 ‘도발’로 규정한 것. 우리 군 당국 역시 이날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이 표현을 자제했지만 앞으론 ‘도발’이라고 지칭하겠다는 것.
미국은 앞서 1월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이어가자 경고 수위를 높여왔다. 토머스-그린필드 주 유엔 미국대사는 유엔 안보리 규탄 성명에서 ‘CVID’를 부활시켰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 역시 지난달 미국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을 “불량 정권”이라 저격하며 “CVID를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새 정부의 이 같은 태도 변화 관련해 “새로운 것을 다시 강경하게 하는 게 아니라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