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물가쇼크에 원화가치 급락 투자심리 빠르게 얼어붙어
고공 행진하는 원-달러 환율이 단숨에 장중 1290원을 돌파하며 12년 10개월 만에 1300원대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의 8%대 고물가가 쉽사리 잡히지 않으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행보가 더 빨라지고 세계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에 안전자산인 달러가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는 가산자산 등 위험자산의 하락 폭을 키우며 연쇄적으로 글로벌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 한국 코스피도 1% 넘게 하락해 2,550대로 내려앉았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3.3원 급등(원화 가치는 하락)한 1288.6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7월 14일(1293.0원) 이후 12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다.
5거래일 연속 연중 최고점을 경신한 원-달러 환율이 조만간 1300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날 발표된 4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3%로 시장 전망치(8.1%)를 웃돌면서 연준의 긴축 강도가 다시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식료품, 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미국의 근원물가 상승률(6.3%)도 예상치(6.0%)를 넘어섰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근원물가가 예상보다 높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이 쉽게 진정되지 않을 거라는 의미”라며 “연준이 더 강력한 조치를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준의 고강도 긴축 우려로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종가 기준 1300원을 넘긴 건 2009년 7월 13일(1315.0원)이 마지막이다.
미국발 물가 충격에 전날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18% 급락했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도 각각 1.02%, 1.65% 떨어졌다.
환율 급등까지 더해진 국내 증시의 하락 폭은 더 컸다. 12일 코스피는 1.63%(42.19포인트) 내린 2,550.08에 마감했다. 2020년 11월 19일(2,547.42) 이후 1년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하루도 빼놓지 않고 8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최근 5거래일간 1조5000억 원 넘게 순매도했다. 코스닥지수는 3.77% 급락한 833.66에 거래를 마쳤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