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
러시아, 우크라이나, 미국, 중국 등 세계 주요 곡물 생산국이 전쟁과 기상 이변 등으로 예년만큼의 곡물을 생산하지 못하면서 세계 식량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 보도했다. 세계 밀 수출의 30%를 담당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수출길이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모두 막힌 가운데 미국, 중국 등에서도 이상 기온 등으로 생산량 감소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애그플레이션’(농산물이 주도하는 물가 상승 현상)이 악화하고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일리노이주 캥커키의 한 농장을 찾아 “미 농민은 ‘민주주의의 곡창지대’ 역할도 하고 있다”며 농가의 생산 확대를 독려했다. 특히 그는 2000만 t의 밀을 보유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때문에 제대로 수출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흑해의 러시아 전함이 우크라이나의 물품 배송을 막고 있다”고 러시아를 비판했다. 이 곡물이 시장에 나오지 못하면 수많은 아프리카인이 굶어 죽을 것이라고도 했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옥수수 파종률은 22%로 5년 전(50%)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콩(12%)과 봄밀(27%)의 파종률 또한 각각 5년 전의 절반 수준이다. 곡창지대인 미 중서부에서 습하고 서늘한 기온이 지속돼 파종이 지연된 탓이다.
세계 최대 밀 생산국 겸 소비국인 중국 또한 대홍수 등의 여파로 곡물 매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지난해 가을 대홍수로 지난해 말 중국의 밀 생육 환경 또한 좋지 않은 상태다. 중국은 다음 달부터 지난해 겨울 재배한 밀 수확에 나서는데 매집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상태다. 지난달 미 농무부는 올해 중국의 밀 수확량이 작년보다 3%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최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국제 정세가 엄중해 식량 안보가 시급하다며 “더 많이 생산하고 비축량을 늘리라”고 지시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