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역대 최고 퇴임 지지율이라 자랑하지만 부정평가의 强度와 質 역시 가장 심각할 것 강경지지층만 바라본 팬덤 정치의 부메랑인데도 민주당은 학습효과 없이 입법폭주 더 가속
이기홍 대기자
퇴임 시점 지지율이 40%를 웃돌자 문재인 전 대통령 측은 국민이 성공한 정권으로 인정해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전 대통령의 직무 수행 지지도는 임기 5년차 1분기 35%, 2분기 39%, 3분기 37%, 4분기 42%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56%→53%→56%→51%였다.
대통령 지지율을 묻는 한국갤럽 조사의 질문은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십니까”이다.
문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단순히 ‘실망스럽다’ 수준이 아니라 증오, 역대 최악 등 강도 높게 부정적 평가를 하는 이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을 것이다. 반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퇴임 시점 지지율이 각각 24%, 27%에 불과했지만 부정적 평가라고 해도 ‘실망스럽다’ ‘성과가 나쁘다’ 정도의 수준이 많았을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의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은 강도 높은 혐오도와 동전의 양면이다. 지지자는 ‘사랑해요’ ‘최고 성군(聖君)’ 수준으로 떠받들고, 부정적 평가자는 ‘실망스럽다’ 정도가 아니라 혐오, 증오, ‘역대 최악’ 수준으로 싫어한다. 지지율이 높지만 부정평가의 강도와 질(質) 역시 높은 것이다.
지도자라면 40% 지지율에 도취될 게 아니라 국민을 이렇게 양극단으로 갈라놓은 것을 부끄러워하고 후회해야 한다.
철저한 진영정치, 편 가르기 통치는 그에 상응해 증오도를 상승시켰고, 그 증오는 50% 후반대의 압도적 정권교체 여론이 확고하게 유지된 핵심 에너지가 됐다. 진보 장기집권 호기를 문 전 대통령 스스로 망쳐버린 것이다.
입법폭주로 인해 법치주의는 이미 의미를 상실했다. 자기 필요에 따라 법을 뚝딱 만들어 버리니 법은 그저 ‘내 마음대로’를 실현할 도구 신세가 됐다.
이젠 법제사법위원장을 임기 후반기엔 야당 몫으로 하겠다는 약속마저 깨겠다고 한다. 아예 약속이 무의미한 사회로 몰고 가는 것이다. 신뢰와 약속은 인간관계 성립의 기초를 이룬다. 정치 외교 등 공적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는 법적 구속력보다 도덕적·정치적 구속력을 더 중요하고 강한 것으로 여긴다.
그럼에도 전혀 죄책감이나 부끄러움을 안 느끼고, 그 행위가 사회에 미칠 영향도 개의치 않는다. 그런 척하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당당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인사청문회장에서 “내가 무슨 위장 탈당을 했냐”고 버럭 화를 내는 민형배 의원의 행태가 한 사례다.
민주당이 죄책감과 수오지심을 느끼는 세포를 잃어버린 것은 강경 지지자들의 환호와 응원만을 듣고, 그 속에서 자기만족을 느끼는 ‘선택적 청취’가 5년간 반복되면서 DNA처럼 체질화된 결과다.
새 정부 인선 논란도 강경 지지층이 아닌 중도와 온건 보수층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좌파진영의 새 정부 흔들기용 발목 잡기와 보수정부의 앞날을 걱정하는 쓴소리가 구분될 것이다.
인선은 인사권자의 원칙과 소신에 따라 하되, 인선 공개 후 미처 몰랐던 문제가 드러나면 주저 말고 반영하면 된다. 인선 변경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철저히 사전 검증을 한다 해도 모든 흠결을 다 걸러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내정할 때 두 자녀의 의대 편입 관련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 해서, 종교다문화비서관을 고를 때 그가 위안부 문제를 ‘밀린 화대’로 표현한 사실까지 파악하지 못했다 해서 그 자체가 인사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인사에 실패한 정권과 성공한 정권의 차이는 문제가 드러난 후의 대응에서 갈린다. 관건은 인사권자가 자기가 고른 사람들에게도 엄정한 저울을 잃지 않는 것이다. “상관없어” “괜찮아”라고 속삭이는 강경 지지자들, 간신들의 목소리를 떨쳐야 한다.
강경 지지층에게만 귀를 연 결과 팬덤에 취해 마지막까지도 자화자찬과 새 정부 트집 잡기에 연연했던 문 전 대통령의 옹색한 뒷모습을 보라. 세상에 이렇게 선명한 반면교사가 또 있겠는가.
이기홍 대기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