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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90세 추기경까지 ‘외세결탁’ 혐의 체포

입력 | 2022-05-13 03:00:00

강경 수장 선출 사흘만에 反中 탄압
경찰, 4명 체포… 공포통치 현실화
홍콩 문제, 다시 美中갈등 뇌관 될 듯




홍콩 경찰이 민주화 운동의 대부로 꼽히는 조지프 젠 추기경(90·사진)을 포함한 반중 인사 4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1일 전격 체포했다. 이들은 모두 하루 뒤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8일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단독 출마해 당선된 경찰 출신 친중 인사 존 리 전 정무사장이 당선 3일 만에 반중 세력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가 7월 1일 공식 취임하면 더 강력한 공포 통치를 할 가능성이 높아 최근 우크라이나, 대만 사안 등에 의해 미국의 후순위로 밀려났던 홍콩 문제가 미중 갈등의 뇌관으로 다시 부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11일 밤 젠 추기경, 마거릿 응 전 입법회(국회) 의원, 홍콩·캐나다 국적을 보유한 가수 데니스 호, 후이포컹 전 링난대 교수를 체제 전복, 외세 결탁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이들이 반중 활동을 위한 ‘612 인도주의 지원기금’과 관련이 있으며 외국에 홍콩에 대한 제재를 촉구해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혐의가 인정되면 최대 무기징역에 처해진다.

이 기금은 2019년 홍콩 범죄인을 중국 본토로 곧바로 이송할 수 있는 범죄인 인도법(송환법) 반대 시위 당시 기소 위기에 처하거나 재정적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당국은 지난해 10월 기부자와 수령인의 정보를 넘기라고 요구했고 기금 운영진은 이를 거부하고 자진 해산했다.

이미 해산된 기금을 문제 삼아 고령의 성직자까지 체포한 것을 두고 경찰 재직 때부터 공안 업무에 특화됐던 리가 반중 세력을 박멸하려는 의지를 보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932년 중국 상하이의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난 젠 추기경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당시 상하이를 떠나 홍콩에 정착했다. 1961년 사제품을 받았고 2006년 추기경으로 발탁됐다가 고령 등으로 사퇴했다. 1989년 중국의 민주화 시위 톈안먼(天安門) 사태 희생자를 기리는 6월 4일 촛불집회,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 2020년 국가보안법 반대 시위 등에 매번 노구를 이끌고 참석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반대파를 억누르기 위해 홍콩 당국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임을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 역시 “홍콩 인권이 밑바닥으로 추락했음을 보여준다. 홍콩의 인권 탄압이 강화될 것이란 불길한 신호”라고 가세했다. 바티칸 교황청도 우려 성명을 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