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
필자는 독자들과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점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다양한 주제로 풀어본 지 어느덧 6년이 되어 간다. 하지만 아직도 매번 글을 쓸 때마다 낯설고 설렌다. 변화에 민감한 한국에서 생활하다 보니 필자 또한 변화에 대한 면역력이 생긴 것 같다. 최근에는 육아를 하면서 과거처럼 일에 시달리지 않고 오로지 육아에만 전념할 수 있는 날이 또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즐기면서 지내고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쫓기고 또는 쫓는 사람처럼 바삐 생활해 오지 않았나 싶다.
아기와 함께 일상을 보내면서 그동안 한국에서 하지 못했던 여행을 최대한 많이 하기 위해 열심히 계획을 세우는 중이다. 또 출산한 지 비록 5개월밖에 안 되었지만 벌써 제주도, 부산, 강원 춘천을 비롯한 한국의 대표적 관광지에 가는 즐거움에 빠졌다. 여행을 계획하면서 또는 다니면서 대한민국은 참으로 여행하기 편하고 편리한 나라임을 인지한다. 특히 아기와 함께 공항과 지하철 또는 마트 등에 가면 수유실은 물론이고 가족이 함께 쓸 수 있는 화장실이 늘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 참으로 좋았다. 그리고 다시금 한국이 대중교통 또는 도로건설 분야가 매우 발전된 나라임을 체감했다.
한국은 지도에서 보면 작은 나라처럼 보이지만 사계절이 뚜렷하고 자연의 구성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알차게, 아름답게 구성된 나라다. 그리고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교통에 있어 다양한 옵션을 여행자에게 제공한다. 고속버스나 기차 또는 비행기 등은 그 나름대로의 매력을 갖고 있다. 고속버스를 이용할 때의 매력이라면 휴게소에서 판매하는 간식거리이다. 그것을 안 사먹거나 그냥 지나치면 괜히 허전할 것만 같은 이러한 행동들은 어쩌면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은 느낌이다. 달리는 기차 속에서 우아하게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는 것도 좋다. 또 비행기 안에서는 밖을 찍는 즐거움이 있다. 이렇듯 다양한 감성과 매력을 각자 지니고 있는 한국의 대중교통들은 편리하다.
최근 도심을 달리는 지하철 내에서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던 임신부에게 어떤 40대 남성이 일어나라고 요구하고는 지하철 벽에 있는 ‘임산부 스티커’를 문구용 칼로 훼손한 사건을 뉴스에서 봤다. 이 정도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임산부나 유아를 동반한 사람을 차갑게 대하는 곳이 되었나 싶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전국 임산부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산부 배려 인식 및 실천 수준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44.1%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한 가장 부정적인 사건으로 ‘대중교통 배려석 이용 불편’을 꼽았다고 한다.
여성의 삶에서 임신과 출산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견뎌내기 힘들 때가 많은 시기다. 이 시기만큼은 우리 사회가 서로 이해하고 존중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임신 기간이 끝나도 끝날 문제도 아니다. 아이가 최소한 3, 4세가 될 때까지 지하철에 있는 사람들과 눈치 싸움을 해야 한다. 필자는 오랜만에 두 번째로 시작하는 육아를 하면서 그동안 까맣게 잊고 살았던 문제들이 하나둘 다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에 첫발을 디딘 날 비행기에서 내려 목적지까지 고속도로로 달렸던 기억이 새록새록 생각난다. 반짝반짝 빛나는 서울의 화려한 야경 그리고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활동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래서 한국은 발전하지 않았나 싶었다. 하지만 아쉬운 것 하나는 겉보기에는 발전한 나라지만 시민들이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가끔 냉정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만큼은 배려석을 비워두길.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