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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TC 경쟁률 뚝… “병사와 월급 차이 줄고 10개월 더 복무”

입력 | 2022-05-13 03:00:00

올해 모집기간 한달 연장했지만 경쟁률 2.4 대 1… 7년만에 반토막
긴 복무기간에 월급 역전 가능성 “목돈 마련 등 ROTC 매력 사라져”
지원 포기 늘고 일부 ‘탈단’ 고민
인수위 ‘복무 장려금 인상’ 해법에… 국방부 “아직은 내부 검토 단계”




1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ROTC 지원 상담센터.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월급은 비슷하게 받는데, 10개월 더 복무해야 한다면 과연 누가 선택할까요.”

지난달 서울에 사는 대학생 김지훈 씨(21)는 학군사관후보생(ROTC)에 지원했다가 후속 서류를 내지 않고 포기했다. 김 씨는 동아일보 기자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어 ROTC에 지원하려 했지만 병사 월급이 크게 인상된다는 소식을 듣고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 지원 경쟁률 7년 만에 반 토막

대학가에서 ROTC의 인기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역대 정권이 지속적으로 복무기간을 단축해 온 데다 병영 내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는 등의 조치로 병사의 복무 여건이 개선된 반면에 ROTC는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병사 월급 200만 원 인상’ 공약까지 나오면서 ROTC의 매력이 더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방부에 따르면 3월 2일 시작돼 이달 6일 마감한 올해 육군 ROTC 지원 경쟁률은 2.4 대 1로 2015년(4.5 대 1) 대비 7년 만에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원래 4월 9일까지였던 모집 기간을 1개월 연장했는데도 지원자는 크게 늘지 않았다.

인기 하락의 원인으로는 먼저 상대적으로 긴 복무 기간이 꼽힌다. ROTC는 졸업 뒤 장교 임관 시 복무 기간이 28개월로 병사(육군 기준 18개월)보다 10개월 길다. 1968년 당시 복무 기간은 ROTC(28개월)가 병사(36개월)에 비해 8개월 짧았지만, 54년이 흐르며 병사 복무 기간이 반으로 줄어드는 동안에도 ROTC 복무 기간은 그대로다.
○ 병사, 장교 월급 역전 가능성도

최근 병사와 장교의 월급 역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군 복무를 하며 목돈을 모을 수 있다는 ROTC의 매력도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전에는 장교와 병사 간 급여 차이가 컸지만 병사 월급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현재는 장교 월급(올해 소위 1호봉 기준 176만 원가량)이 병사(병장 기준 약 68만 원)의 2.6배가량이다.

여기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발표대로 병사 월급이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올라 200만 원이 될 경우 현행 소위 월급 인상률(연간 2% 안팎)을 감안하면 역전 가능성도 있다.

서울의 한 학군후보생 A 씨는 “캠퍼스에서 ROTC 지원을 열심히 홍보했지만 올해는 작년보다도 호응이 적었다”며 “병사 복지가 좋아지는 만큼 장교 지원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게 몸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이미 합격한 훈련생 중에도 중도 포기를 고민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서울 소재 학군후보생 B 씨는 “복무 기간과 보상 측면에서 병사 대비 장교의 메리트가 적어지다 보니 일부 후보생들은 진지하게 탈단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ROTC로 임관한 현역 육군 중위 C 씨(25)는 “대학 후배인 학군후보생이 초기 교육을 받다가 그냥 병사로 입대하겠다며 떠난 경우도 있었다”며 “병사 근무 여건이 소위보다 훨씬 낫다면 누가 간부로 복무하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인수위는 학군·학사 장교 후보생에게 주는 ‘단기복무 장려금’을 600만 원에서 3000만 원 선으로 2400만 원 인상하는 해법을 내놨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내부 검토 단계로 아직 시행 시점을 이야기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