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단 ‘존중-불복’ 오락가락 집무실 용산이전 취지와 엇박자 집회-경호 조화시킬 방안 찾아야
1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맞은편 도로에 각종 집회단체들의 시위 문구가 붙여져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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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항고 방침을 확정했습니다. 곧 서울경찰청에서 입장문 나갈 겁니다.”
12일 오후 1시경 경찰 고위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날 서울행정법원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무지개행동)의 행진을 허용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였다.
판결 직후에는 경찰 측에서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던 터라 불복 방침을 정한 것으로 이해하고 기사를 쓰겠다고 회사에 보고했다.
그러자 경찰은 “즉시항고는 그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추가로 내고, 법무부 승인을 받아 항고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오락가락하는 모습에 기자들 사이에선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건지, 불복한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법조계에선 경찰의 항고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시항고해도 행진이 진행되는 14일 전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경찰 측 고위 관계자도 “즉시항고는 의지 표명”이라며 실질적 효과는 없음을 인정했다.
이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면서 경찰이 얼마나 당혹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적어도 기자에게는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었다.
경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대통령 관저 반경 100m 이내 집회 금지’ 조항에서 ‘관저’에 ‘집무실’이 포함된다고 보고 무지개행동의 행진을 금지했다. 하지만 ‘관저’와 ‘집무실’의 사전적 의미가 다르다는 점에서 당시에도 경찰의 자의적 법 해석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럼에도 반대 의견에 귀를 닫고 집무실 인근 집회 금지를 고수했다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것이다.
조응형·사회부 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