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안서 초대형방사포 추정 발사 정부 “코로나 속 이중적 행태 개탄” 文정부 ‘로키’와 달리 강경대응
북한이 2019년 11월 실시한 초대형 방사포(KN-25) 발사 사진. 북한은 12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으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새 정부 출범 사흘 전인 7일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도발에 나서기도 했다. 동아일보DB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북한의 첫 미사일 도발을 강력 규탄하면서 “실질적이고 엄정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12일 밝혔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앞세워 북한의 도발에 ‘로키’로 일관했던 전임 문재인 정부와는 180도 달라진 남북관계 현실을 직시하라고 북한에 경고장을 날린 것. 도발을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에 북한이 후속 도발로 맞설 경우 ‘강 대 강’ 대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군에 따르면 12일 오후 6시 29분경 평양 순안에서 초대형방사포(KN-25)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이 동해상으로 발사됐다. 도발 직후 정부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안보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한 뒤 “중대한 도발 행위임을 지적하고 강력 규탄한다”고 밝혔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주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고 미사일 도발을 하는 이중적 행태를 개탄한다”고 북한을 맹비난했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도발 때마다 ‘위협’이라고 표현하고, 유감 표명 수준에 그쳤던 문재인 정부와는 확 달라진 대북 강경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올 1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 당시 문 정부는 ‘도발’로 지칭하지 않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회의 개최 이후에도 “매우 유감스러운 상황”이라고만 했다.
權 백신지원 시사 직후 北 미사일 도발… 40초에 3발 핵타격 위협
尹정부 출범후 첫 미사일 도발
권영세, 대북 인도적 지원 밝힌뒤… 北, 새벽 아닌 저녁 이례적 도발
軍 “초대형 방사포 3발 연사 처음”
尹정부, ‘발사체’ 표현 文정부와 달리 탄도미사일 규정하며 강경대응 태세
北 7차 핵실험땐 남북 경색 불가피
북한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탄도미사일 도발을 12일 강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20일)과 한미 정상회담(21일)을 일주일여 앞둔 시점이다. 함경북도 풍계리에서 7차 핵실험 준비를 거의 마친 상태에서 한국의 새 정부를 길들이는 동시에 한미 양국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초대형 방사포 최초로 3발 연속 발사한 듯
이날 도발에선 대남 동시다발적 기습타격 능력을 테스트한 정황이 역력하다. ‘도발 타이밍’부터 허를 찔렀다. 북한이 올해 초부터 감행한 미사일 도발은 대개 이른 오전 시간대에 이뤄졌다. 간혹 낮·오후 시간대를 택한 경우도 있었지만 오후 6시를 넘긴 저녁시간대에 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도발 방식도 40여 초 만에 3발을 연거푸 쏴서 복수의 대남 주요 표적을 초토화할 수 있음을 과시했다.
정부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안보상황점검회의를 열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국제 평화와 안전을 중대하게 위협하는 도발 행위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안보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코로나가 발생한 상황에서도 주민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고 탄도미사일 도발을 지속하는 북한의 이중적 행태를 개탄했다”며 “북한의 도발에 대해 보여주기식 대처보다는 안보 상황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통해 실질적이고 엄정한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군도 문재인 정부에서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 초기에 사용한 ‘미상 발사체’라는 용어 대신에 ‘미상 탄도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 또 “심각한 도발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는 강경 입장도 냈다. 단거리미사일 발사를 ‘도발’이 아닌 ‘위협’으로 불렀던 문재인 정부 때와는 대응 기류가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북한 미사일 도발에 단호한 입장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과 새 정부 기조가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 곧 7차 핵실험 나설 듯
이날 북한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발표에 대해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백신 등 인도주의 지원 의사를 밝혔으나 북한은 대남 공격용 무력 도발로 맞받아친 셈이 됐다. 북한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도발에 나서면서 추가 ‘중대 도발’이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7차 핵실험을 통해 ‘레드 라인(금지선)’을 훌쩍 넘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이날 북한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왔음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바이든 대통령 방한에 앞서 핵실험 버튼을 누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예정된 스케줄대로 핵실험 등 도발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도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시험 발사 등을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확진자 발생으로 침체된 사회 분위기를 전환시킬 목적으로 오히려 핵실험을 서두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일각에선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퍼져 모든 자원을 방역에 집중해야 할 상황으로 이어지면 도발에 나설 여력조차 없어 당분간 핵실험까진 나서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