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 살, 나는 또 깨꽃이 되어/이순자 지음/256쪽·1만5000원·휴머니스트 꿈이 다시 나를 찾아와 불러줄 때까지/이순자 지음/192쪽·1만2000원·휴머니스트
딸아이의 한마디에 늦깎이 문청(文靑)이 됐다. 한번도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던 저자는 쉰 넷의 나이에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무심코 켠 인터넷 사이트에서 찾은 한 사이버대학의 입학전형. 오랜 세월 읽기만 했지, 글을 직접 쓰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뒤늦게 글이 쓰고 싶어져 문예창작과에 지원했다. 종갓집 맏며느리에 두 남매의 엄마로 사느라 잊고 지냈던 꿈이었다. 선천적인 감각신경성 난청으로 청각장애가 있는 저자는 말보다 글이 더 편했다. 혹시나 잘못 들었을까 삼켜버린 말들을 컴퓨터에 빼곡히 쌓아나갔다.
62세에 취업 전선에 나선 경험을 담은 수필 ‘실버 취준생 분투기’로 2021년 매일신문 시니어문학상 논픽션 부문에 당선된 저자의 유고 산문집과 시집이다. 저자는 당선 후 한 달 만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장례를 치르고 몇 달 뒤, 소셜미디어에 고인의 이야기가 알려지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유고 산문집과 시집에는 “내 문학은 이제 시작”이라며 만학의 꿈을 꿨던 저자가 생전 써내려간 짧은 글 24편과 시 75편이 담겼다.
두 자녀의 엄마이자 호스피스이자 시인으로 한평생 타인을 끌어안은 저자를 닮아서일까. 딸은 수녀가 됐다. 산문집 서문에는 어머니의 유고집을 펴내는 딸의 편지가 실렸다. ‘사랑받지 못했기에 더 사랑할 줄 알았던, 가지지 못했기에 더 채워줄 줄 알았던 이 작은 이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외롭고 허기진 마음을 위로하리라 믿습니다.’ 시보다 더 넓고 컸던 시인의 삶을 읽다 보면 그의 넉넉한 품에 안겨 위로받는 듯하다.
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