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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군기 위반’ 피해자 공개적으로 불러 조사한 부대…“알아서 둘러대”

입력 | 2022-05-13 13:38:00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고사진. ⓒGettyImagesBank


경기도 포천의 한 육군부대에서 성 군기 위반 사건 피해자에 대한 신변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13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5군단 예하부대에서 복무하고 있다고 밝힌 제보자의 사연이 올라왔다.

제보자는 “지난 1월 대대 마음의 편지를 통해 1중대 선임병이 후임병 여럿에게 성 군기 위반을 행하는 등 병영 부조리가 적발됐다”며 “이에 중대 내에서는 조사가 들어갔지만 조사 과정에서 피해 후임병들의 신변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해당 중대는 병사들 모두가 들을 수 있는 중대 방송으로 피해자들을 여러 차례 불러 조사했다. 그리고 그 후에 곧바로 가해 선임병을 공개적으로 불러 조사하고 중대원이 다 집합해 있는 장소에서 피해자들에게 ‘중대장님께 가봐라’고 하는 등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을만한 일들이 잦았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중대 보급관에게 “이렇게 공개적으로 계속해서 부르면 너무 티 나는 것 같다”고 말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모를걸? 알아서 잘 둘러대” 등 무책임한 대답이었다고 한다. 제보자에 따르면 실제로 병사들은 피해자들에게 왜 중대장이 불렀는지 캐물었고 피해자들은 원치 않는 해명을 해야 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피해자들의 신고 사실을 가해자는 물론 중대원들 대부분이 알게 됐다고 한다.

제보자는 “피해자들은 중대장님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상태”라며 “이러한 마음은 피해자들뿐 아니라 사건을 대처하는 모습을 지켜본 중대원들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익명성이 완전히 보장되지 않는 불안함 속에서 앞으로도 다른 피해자들이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다시는 이러한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부대 측은 “먼저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장병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며 “부대는 해당 중대 간부들이 마음의 편지 내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점을 확인하고 해당 간부들에 대한 징계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대는 전 간부 대상 관련 규정을 교육하는 등 유사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지휘관심을 경주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제보를 접한 누리꾼들은 “이 정도면 마음의 편지로 신고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 “무슨 징계를 줬는지 밝혀라”, “여태껏 (징계) 결과가 어찌 됐는지 나온 게 있나 궁금하다” 등 반응을 보였다.

두가온 동아닷컴 기자 ggg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