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진 DBR 편집장
“팬데믹 이후 가장 타격을 받은 영역은 영업이죠. 사람들을 만나 소통하는 관계 지향적인 활동인데 못 하게 되니 ‘판매왕’으로 불렸던 우수 사원들일수록 더 불안해했어요.”
팬데믹의 그림자를 벗어나 일상으로의 귀환을 도모하는 요즘, 재부팅을 앞두고 가장 시급하게 생각하는 영역이 무엇인지 기업 임원들에게 물었을 때 돌아오는 답변 중 상당수는 영업이다. 사람들을 많이, 직접 만나는 것이 경쟁력이었던 전통적인 영업 방식은 코로나 사태 이후 환골탈태를 강요받게 됐다. 글로벌 세일즈 전문 콘텐츠 업체인 ‘비즈니스투커뮤니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B2B(기업 간 거래) 영업 담당자의 73.9%는 “코로나 사태로 세일즈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이기도 했다. 같은 설문에서 응답자의 26.1%는 “코로나 사태가 오히려 새로운 영업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고도 답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반강제적으로나마 디지털 혁신이 시도되면서 영업 영역에서도 화상 미팅 플랫폼, 메타버스 등을 활용한 온라인 접점 활동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유능한 영업인의 조건이 점점 더 고객사에 기술과 전략을 함께 제안하는 ‘컨설턴트’가 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 취임 이후 ‘컴퓨터 우선’에서 ‘모바일과 클라우드 우선’으로 주력 사업을 전환한 마이크로소프트가 좋은 사례다. 전략이 바뀌자 이 회사에서도 ‘판매왕형 인재’보다 고객사에 기술적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는 ‘기술형 인재’가 더 각광받게 됐다. 공학 전공자를 새로 채용해 기술 영업 직원들로 구성된 부서를 신설하는 등 영업 담당자의 역할을 고객 맞춤형 컨설턴트로 확대하기도 했다.
팬데믹 이후 달라진 일에 대한 태도, 새로운 세대의 부상 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덕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기업들이 우선적으로 주목해야 할 영역은 효율적인 인재 관리”라며 “개인의 이익과 공정성을 중시하는 MZ세대 구성원들의 특성을 반영해 변동 급여 비중 조정과 같은 보상 체계 변화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팬데믹은 불행했지만 각 기업이 다양한 학습 기회를 갖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영업 현장에도 디지털화, 효율성, 유연성 등의 키워드가 새롭게 접목됐다. 위기 속 값진 경험들을 달라진 세상에 영민하게 녹일 수 있는 새로운 영업 전략 수립이 시급한 때다.
김현진 DBR 편집장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