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 적자보다 2조원 많아 연료값 급등-탈원전 정책 등 영향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1분기(1∼3월)에만 역대 최대인 8조 원가량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한 해 적자보다 약 2조 원 많은 규모다. 원자재값 상승으로 연료 가격이 급등했지만, 정부가 서민 물가 부담을 우려해 전기요금 인상을 계속 억눌러 한전이 원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떠안았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발전 단가가 비교적 저렴한 원전을 더 많이 활용하지 못해 적자 폭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한전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잠정치)은 7조786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5656억 원)에서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16조4641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9.1% 늘었다. 순손실은 5조9259억 원이었다.
한전의 이번 영업손실은 분기 기준 최대치다. 지난해 한 해 전체 영업손실(5조8601억 원)보다 1조9268억 원 많다.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연료비 상승이 주된 요인이었다. 연료비(7조6484억 원)와 전력 구입비(10조5827억 원)가 각각 92.8%, 111.7% 급등하며 적자 폭을 키웠다.
전기요금 올리자니 물가 자극 ‘딜레마’
한전 1분기 7.8조 적자
한전의 전력 구매 비용은 영업비용의 85% 이상을 차지하는데 액화천연가스(LNG), 석탄 등 연료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한전이 발전사들에서 전력을 구매하는 비용도 대폭 올랐다. 반면 정부가 물가 급등을 우려해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하며 비용 부담이 적자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발전 단가가 비교적 저렴한 원전을 충분히 못 늘려 적자를 키웠다는 분석도 있다. 원전 대신 단가가 비싼 신재생에너지를 쓰는 바람에 비용이 커졌다는 얘기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의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제도(RPS) 비용은 전년의 1.4배인 3조1905억 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고물가 탓에 정부가 전기요금을 큰 폭으로 올리긴 쉽지 않다. 한전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보유 중인 출자 지분 중 공공성 유지를 위한 최소 지분을 제외하고 매각할 예정이다. 하지만 적자 폭이 워낙 커 전기요금 인상 없이는 적자 구조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