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News1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뮤지컬 업계에도 따뜻한 봄바람이 불고 있으나 정작 애호가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매크로(자동 반복입력) 등 불법 프로그램을 활용한 암표상이 티켓을 대거 사들인 후 원래 가격에 3~4배에 달하는 웃돈(프리미엄)을 붙여 되팔고 있어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며 모처럼 찾아온 공연업계의 온기를 계속 유지하려면 제작사들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대작이 연이어 무대에 오른 덕분이다. 라이선스 작품에 스타 배우까지 캐스팅되면 대극장 공연도 순식간에 완판된다. 라이선스 작품은 자막 없이도 해외 유명 뮤지컬을 접할 수 있어 관객 선호도가 크다.
이에 따라 예매 경쟁도 치열하다. 유명 배우가 출연하는 회차라면 이른바 ‘피케팅’(피가 튀는 듯 치열한 티켓팅)을 피할 수 없다.
배우 간 조합을 맞춰 같은 공연을 반복 관람하는 이른바 ‘N차 관람’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데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수요마저 더해진 결과다.
대형 공연에 따라붙는 암표상도 큰 문제다. 불법 프로그램을 돌려 티켓을 다수 확보한 암표상들은 예매에 실패한 골수팬을 노린다. 골수팬들이 온라인 티켓 양도·거래 사이트에서 구매 희망글을 올리면 접근해 판매하는 식이다.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인 만큼 인기 배우가 동시에 출연하는 회차의 VIP 2인석 티켓값은 50만원을 훌쩍 넘는다. 대형 뮤지컬의 VIP석 정가는 통상 15만원대다.
매크로를 이용한 불법 거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제작사의 대응은 소극적이다. 티켓 구매 페이지에 ‘불법 거래(프리미엄 티켓 판매, 티켓 양도 사기)로 발생하는 불이익에 대해선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안내 문구 외엔 별다른 조치는 없다.
웃돈이 붙을수록 시장에선 인기작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제작사 역시 암표 거래를 선제적으로 단속하지도 않는다. 결국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를 보게 된다.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한 예매는 정보통신망 침해 행위나 업무방해 등으로 처벌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실제 적발이 어렵다.
공연장에서 입금자와 티켓 수령자가 동일한지 신분증을 확인해도 암표상이 직접 티켓을 수령한 후 이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한다.
이와 관련해 불법 거래를 단속하려는 제작사의 의지와 함께 소비자 역시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제작사가 ‘완판만 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암표상을 막을 수 없다. 불법 거래 정황이 확인되면 예매 취소 등의 단호한 대응을 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요가 있기에 암표상도 존재한다. 과도하게 프리미엄이 붙은 거래는 소비자 스스로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