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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 첫 도보 행진…“성소수자 혐오 반대”

입력 | 2022-05-14 17:44:00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행동’이 14일 오후 3시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싸우는 몸, 분노의 외침, 권리연대’를 주제로 기념대회를 열고 있다. 2022.5.14/ © 뉴스1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첫 주말인 14일, 집무실 100m 이내 구간에서 처음으로 도보 행진이 이뤄졌다.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11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 구간의 일부 집회·시위를 허용하면서 이날 대규모 행진이 성사됐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2022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 공동행동’은 이날 오후 3시 용산역 광장에서 ‘싸우는 몸, 분노의 외침, 권리연대’를 주제로 기념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본집회 후 행진을 시작, 오후 5시27분쯤 대통령 집무실 반경 100m 이내에 진입했다.

앞서 공동행동은 지난달 19일 기념대회와 함께 서울 용산경찰서에 삼각지역~녹사평역~이태원까지 행진하기로 하고 신고했으나, 경찰은 금지통고 처분했다. 이들의 행진 경로 중 일부 구간이 대통령 집무실 경계 100m 이내의 장소에 해당돼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3호에 저촉된다는 이유였다. 현재 대통령 집무실 반경 100m 이내에선 기자회견과 1인 시위만 할 수 있다.

경찰에 의해 집무실 100m 이내 집회가 금지되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 30여개 시민인권단체는 서울행정법원에 행진 금지통고 처분의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1일 옥외집회금지통고처분취소 집행정지를 일부 인용하며 경찰 처분에 제동을 걸었다.

재판부는 “대통령 집무실이 집시법 11조3호의 대통령 관저에 포함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용산역 광장에서 출발해 이태원 광장에 도착하는 2.5㎞에 이르는 구간 행진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관저의 사전적 정의는 ‘정부에서 장관급 이상의 고위직 공무원들이 살도록 마련한 집’이라는 뜻”이라며 “집시법 11조3호 입법 취지와 목적,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이 같은 공간에 있었던 입법 연혁 등을 고려해도 집무실이 관저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문언의 통상적 의미를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법원 결정으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의 집무실 100m 이내 행진은 법원이 조건부로 인용한 범위 내에서 관리했다. 법원은 1회에 한해 1시간 30분 이내에 해당 집회의 행진을 끝내라는 조건을 달았다.

다만 경찰은 법무부의 승인을 받아 즉시항고했고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추후 집회·행진 금지 방침은 유지하기로 했다. 법원의 결정에도 금지 통고 기조는 이어 나가겠다는 셈이다.

한편, 공동행동은 선언문을 통해 “다가오는 2022년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지금 우리 앞에 놓인 혐오와 차별의 현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법원의 무죄 판결에도 동성애를 처벌하는 군형법 추행죄는 여전히 남아 있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할 권리를, 자신이 정체화한 성별로 살아갈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외쳤다.

이어 “경찰에 의해 한차례 막혔던 행진길을, 새정부의 대통령실을 향하는 이 길을 무지개로 물들이며 나아간다”며 “성소수자가 여기 있음을, 우리의 거침없는 전진을 누구도 막을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주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