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 News1
#내년 2월 결혼식을 올리는 A씨의 고민은 결혼식 장소도, 신혼여행지도 아닌 ‘비행기 티켓’이다. A씨는 신혼여행 장소로 하와이를 일찌감치 낙점했지만 눈 뜨고 나면 오르는 비행기 값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비행기 값이 계속 오르기만 할지, 조만간 내릴지 고민만 하며 티켓은 예약조차 하지 못했다. A씨는 “지난주보다 항공권 가격이 수십만원 이상 오른 것을 보며 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 완화에 따른 해외여행 수요 급증과 국제유가 고공행진으로 항공권 가격이 치솟고 있다. 지난 13일 기준 대한항공 홈페이지에서 7월 인천~괌 노선 4인 가족(대인 2인, 소인 2인), 왕복 기준으로 검색하면 290만~340만원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동일한 기준으로 약 150만~280만원 정도였다. 코로나19 이전에 50만원 안팎이던 인천~방콕 노선 왕복 항공권 가격(성인 1인 기준)도 7월 기준 90만~100만원으로 올랐다.
최근 신혼부부, 여행, 유학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는 고공행진하는 항공 운임에 대한 불만글을 쉽게 볼 수 있다.
가을에 태국으로 신혼여행을 떠난다는 한 네티즌도 “비행기값이 도통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아 지난달 미리 방콕행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다”며 “예약 후 며칠 뒤 다시 보니 10만원 이상 가격이 올랐더라”고 했다. 유럽으로의 신혼여행을 고려 중인 또 다른 네티즌도 “유럽행 비행기 자체가 많이 없을 뿐만 아니라, 비싸도 너무 비싸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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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권 가격의 고공행진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3월 말부터 해외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가 해제되며 해외 여행 수요가 빠르게 늘었다. 그러나 연말까지 국제선 운항 규모를 2019년의 50%까지 단계적으로 회복하겠다는 정부 발표에도 지난달 국제선 운항 규모는 코로나19 직전의 30% 수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비행금지 시간인 ‘커퓨(curfew)’도 공급 확대의 걸림돌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20년 4월부터 인천국제공항에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일시적으로 비행금지 시간인 ‘커퓨’를 설정했다. 커퓨가 설정된 시간대는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로, 이 시간에는 항공기 착륙이 금지된다. 커퓨는 특히 저비용항공사(LCC)에 중요한데, LCC의 경우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2월 기준 커퓨시간대 도착 항공편이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도 최근 간담회에서 “커퓨타임 해제가 공항 정상화의 관건”이라며 “국민이 원하는 시각에 출입국하는 것을 보장하고, 공급을 늘리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방역당국과 인천공항의 커퓨 해제에 대해 검토 중이다.
고공행진하는 유류세도 항공권 가격을 높이는 요소다. 항공사들의 6월 국내선 유류할증료는 1만7600원으로 역대 최고치였던 2008년 9월(1만7600원)과 같은 수준이다. 6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15일 공지되는데, 통상 국내선 유류할증료가 오르면 국제선 유류할증료도 덩달아 오른다는 점에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