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던 중 신호 위반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면 산업재해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정상규)는 망인 A(당시 64세)씨의 배우자 B씨와 아들 C씨가 근로복지공단(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달 7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5월12일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던 중 경기도 하남시 인근에서 적색 정지 신호를 위반한 채 교차로를 주행하다 다른 승용차와 충돌, 같은 달 17일 뇌출혈로 인한 심폐정지로 사망했다.
그러나 공단은 “신호위반이라는 법규위반이 유일한 또는 주된 원인이 돼 A씨가 사망했으므로 산재보험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이 사건 교통사고에 의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부지급하는 처분을 내렸다.
B씨와 C씨는 처분에 불복해 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
이들은 ▲민사사건에서 상대방 운전자 보험회사가 A씨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취지의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됐고 ▲상대 운전자에게도 제한속도 위반 등 과실이 있었다는 것이 확인됐고 ▲신호위반만으로 A씨에게 중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상대방 과실이 있다는 원고 측 주장에 대해 “충격 지점 및 사고 경위에 비춰 볼 때 상대방이 제한속도를 지키면서 운전을 했더라도 망인을 발견한 후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고 보기도 쉽지 않다”며 “상대방 과실과 이 사건 교통사고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에게 중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신호에 따라 운행하는 차량이 있는지 살피지 않고 그대로 진행해 운전자로서 주의를 현저히 게을리 해 이 사건 교통사고를 야기한 중과실이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화해권고 결정이 있었더라도 A씨의 범죄행위가 주된 원인이 돼 이 사건 교통사고가 발생하였음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