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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와 호크니가 한 자리에…인산인해 이룬 ‘아트부산’

입력 | 2022-05-15 14:04:00

피카소의 누드 인물화 ‘Tete d’homme et nu assis‘(1964년)


약 7만2000명. 아트페어 ‘아트부산’ 측이 12일부터 14일까지 집계한 추정 방문객 수다. 아트부산은 손영희 이사장이 2012년 시작한 순수 민간 아트페어로 올해 11회 차를 맞았다. 올해 아트부산은 12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15일까지 부산시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렸다. 개막을 앞두고 대표이사가 해임되는 논란이 있었으나 지난해 전체 방문객 수가 8만여 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결과 자체로는 흥행이었다. 동기간 ‘롯데아트페어 부산’ ‘더코르소아트페어-부산’과 같은 자발적인 위성페어가 생기는 등 ‘미술품 효과’도 증명했다.

‘해외 유수 갤러리들의 진출지’라는 명성답게 올해 라인업도 화려했다. 규모 면에서는 21개국 133개(국내 101개, 해외 32개) 갤러리가 참여했다. 작품 중에서는 파블로 피카소와 데이비드 호크니 등 유명 작가의 작품이 주목받았다. 이들 작품은 올해 아트부산을 통해 한국에 처음 진출하는 그레이 갤러리에서 볼 수 있었다. 피카소의 누드 인물화 ‘Tete d’homme et nu assis‘(1964년)는 50억 원대에 이르며, 호크니가 자신의 LA 스튜디오 안에서 사람들이 그림을 감상하는 장면을 담은 ’Pictures at an Exhibition‘(2018년)은 길이 8.7m로 크기부터 압도적이었다.

다양한 프로그램은 한층 더 격을 높였다. 아트페어장 곳곳에는 소위 ’미술관급‘ 작가라 불리는 장 프루베, 백남준, 오스틴 리 등의 14개 특별전이 열렸다. 또 안토니 곰리, 오스틴 리, 자오자오, 강이연 등 국내외 유명 작가들이 관람객과 대담에 나섰으며, 세계 미술 신에서 대체불가토큰(NFT) 아트계를 개척한 전문가들이 강연도 열었다. 단순히 시장으로서의 기능을 넘어 미술 축제로서의 위상을 강화했다는 평이다.

같은 기간 부산으로의 유입을 도운 데에는 지역 미술관들의 몫도 컸다. 부산시립미술관은 현재 몸을 주제로 20년 간 작업 활동을 한 조각가 이형구의 개인전을 비롯한 3개의 전시를 진행 중이다. 이중 10월까지 진행하는 ’나는 미술관에 ○○하러 간다‘展은 예술축제 시즌에 딱 맞는 전시다. 전시장에는 13명의 작가 작품이 놓여있는데, 이 작품 앞에서 요가, 드로잉, 명상 등을 즐길 수 있는 100여회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황서미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프로그램을 통해 관객은 뜻하지 않게 미술관에 길게 머물게 된다. 작품은 오래 볼수록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현대미술관 또한 관객주도형 전시가 눈에 띈다. 7월 17일까지 진행되는 ’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는 획기적인 전시 형식이 돋보인다. 전시장에는 87점의 작품이 철저히 익명으로 전시돼있다. 최상호 부산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참여 작가나 작품의 정보를 제거했을 때 작품이 어떻게 이해되고 감상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생각해보기 위해 마련한 전시”라고 했다. 전시장에 놓인 모니터를 통해 관람객들의 직관적인 감상평을 보는 것도 이 전시의 관람 포인트다.


부산=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