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직 인사 남겨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2.5.9/뉴스1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최근 검사직 사직서를 제출했다. 한 후보자는 15일 검찰을 떠나며 “권력으로부터 광기에 가까운 집착과 린치를 당했지만 팩트와 상식을 무기로 싸웠다. 그동안 두들겨 맞으면서 저는 제가 당당하니 뭐든 할 테면 해보라는 담담한 마음이었다”는 소회를 남겼다. 한 후보자는 내주 법무부 장관 자리에 임명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한 후보자는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직인사. 감사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같이 전했다. 그는 “검사가 된 첫날, 평생할 출세는 그날 다한 걸로 생각하자고 다짐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생활인으로서, 직업인으로서 밥 벌어먹기 위해 일하는 기준이 ‘정의와 상식’인 직업이라서 이 직업이 참 좋았다”고 회상했다.
한 후보자는 이어 “정의와 상식에 맞는 답을 내고 싶었다”며 “사건에 따르는 상수인 외압 등에 흔들린 적 없었다. 덕분에 싸가지 없다는 소리를 초년시절부터 꽤나 들었는데 세상에 공짜가 없으니 욕먹은 게 억울하지도 않다”고 했다. 그는 “단지 직업 윤리를 믿었다”며 “제가 한 일이 모두 다 정답은 아니었겠지만, 틀린 답을 낸 경우라면 제 능력 부족이지 공정이나 정의에 대한 의지가 부족해서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했다.
한 후보자는 좌천성 인사에도 사직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저는, 누가 ‘왜 남아있냐’고 물으면, ‘아직 검찰에 남아 할 일이 있다’라는 대답을 해왔다”면서 “제가 말한 ‘할 일’이라는 건, 정당하게 할 일 한 공직자가 권력으로부터 린치 당하더라도 끝까지 타협하거나 항복하지 않고 시스템 안에서 이겨낸 선례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검사의 일은 ‘what it is’ 못지않게 ‘what it looks’도 중요한 영역이니, 저는 상황이 어떻게 되든 제가 검사로서 다시 정상적으로 복귀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 지 오래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 안에서 만나 힘이 돼준 인연들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또 인연이 닿지 않은 이들에게도 인사를 남겼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