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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밴드, 아바-셀린디옹 배출한 유로비전 우승…시청자 몰표 받아

입력 | 2022-05-15 19:53:00

우크라이나의 6인조 밴드 ‘칼루시 오케스트라’. AP뉴시스


우크라이나의 6인조 밴드 ‘칼루시 오케스트라’가 스웨덴 그룹 아바(1974년 우승자), 캐나다 여가수 셀린 디옹(1988년 우승자) 등 세계적 팝스타를 배출한 ‘2022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14일 우승했다. 이들은 심사위원단 및 시청자 투표가 각각 절반의 비중을 차지하는 이날 결승에서 심사위원단 판정에서는 4위에 그쳤지만 시청자 투표에서 몰표를 얻었다. 전 세계 시청자들이 러시아의 침략에 맞선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이들에게 몰표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CNN 등에 따르면 이날 이탈리아 북부 토리노에서 열린 결승에서 칼루시 오케스트라는 우크라니아 민요, 랩, 춤 등을 접목한 출전곡 ‘스테파니아’로 우승을 차지했다. 당초 밴드 리더 올레흐 프시우크는 어머니를 위해 이 곡을 만들었고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어머니=조국’이란 인식이 퍼지면서 우크라이나인의 항전 의지를 다지기 위한 곡으로 자리 잡았다. 가사에도 ‘길이 파괴돼도 집으로 가는 길을 찾겠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프시우크는 공연 직후 가슴에 손을 얹고 “제발 우크라이나를 도와 달라”고 호소했다. 우승 확정 후에는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독특하고 다양한 우크라이나 문화가 살아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침공 직후 60세 미만 남성을 상대로 출국 금지령을 내렸으나 이 6명은 특별 허가를 받아 이날 경연에 참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리의 용기는 세계를 감명시켰고 우리의 음악은 유럽을 지배했다”고 반겼다. 특히 현재 러시아가 점령중인 남동부 마리우폴에서 다음 유로비전 대회를 개최하겠다며 끝까지 러시아와 싸우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유로비전 대회는 전년도 우승팀의 나라가 개최권을 가지며 내년 대회 또한 우크라이나에서 열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재건된 마리우폴에서 참가자와 손님을 맞고 싶다”고 했다.

유로비전 결승은 매년 최소 2억 명이 시청하며 우크라이나 가수의 우승은 2004년, 2016년에 이어 세 번째다. 올해 대회는 러시아는 물론 러시아의 침공 조력자 노릇을 한 벨라루스 가수의 참가를 제한했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