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에게 필요한 핵심 역량은 무엇일까? 대화, 발표, 질문, 협상, 공감, 반응 등 소통과 관련한 역량이 오랫동안 강조돼 왔다. 결국 고객과의 소통을 얼마나 원활히 이끄느냐가 영업의 성패를 가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기술이 발전하고 시장이 급변하며 영업사원들도 새로운 역량으로 무장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디지털 기술이 진보하며 과거 영업사원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었던 정보를 고객이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됐다. 결과적으로 고객은 영업사원에게 보다 총체적이고 맞춤화된(customized) 해법을 요구한다. 이에 따라 영업사원이 마케팅 담당자, 엔지니어, 물류 담당자들까지 지휘해야 하는 일도 발생하며 영업사원들에게 요구되는 자질 역시 복잡해지고 있다.
캐런 피스커 캐나다 라이어슨대 교수 등으로 이뤄진 다국적 연구진은 최근 ‘분석 능력’이 영업사원에게 특히 중요한 능력으로 부상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미국과 캐나다에서 2018∼2019년 1년간 구인구직 소셜미디어 링크트인에 올라온 380만 건의 영업사원 채용 공고를 분석했다. 영업사원의 역량과 관련해 제일 많이 나온 5개의 키워드는 ‘영업 기회 판단 능력’, ‘분석 능력’, ‘영업 기회 발굴 능력’, ‘발표 능력’, ‘자문적 판매 능력’ 등이다. 연구진은 두 번째인 ‘분석 능력’에 주목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데이터 관리나 엑셀 사용 등 분석과 관련된 능력은 인내력과 유머 능력보다 훨씬 덜 중요한 것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팬데믹 이후인 2020∼2021년의 채용 공고에서도 분석 능력은 중요한 역량으로 포착됐다.
마지막으로 분석 능력이 실제 영업 성과에 도움이 되는지 설문조사를 통해 검증했다. 251명의 영업사원에게 영업 임원들이 꼽은 두 가지 분석 능력이 실제 영업 실적에 도움이 되는지 물었다. 조사 결과 두 가지 분석 능력 모두 영업 실적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성과를 높이고자 노력하는 영업사원이 분석 능력까지 갖췄을 때 성과가 월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는 현장의 영업사원에게는 달갑지 않은 이야기일 수 있다. 이미 대다수 영업사원들이 엑셀 등을 통해 매출을 다양한 방식으로 분석해 영업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도 도입해 고객 정보를 수집, 저장, 활용하고 있는데 어떻게 분석 능력을 더욱 높일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 있다. 고객사 및 고객사의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개별 영업사원이 어떤 방식으로 분석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도 제기될 수 있다.
다행히 정보기술(IT) 기업들의 도움으로 영업사원들이 보다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하며 분석 능력을 키워 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매출과 같은 양적 데이터는 분석이 용이했으나 고객과 주고받은 e메일과 메시지, 전화 통화와 같은 정형화되지 않은 데이터에 대한 분석은 영업 조직에서 불가능했다. 최근에는 IT 기업들이 비정형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각종 비정형 데이터와 산업 관련 거시 지표, 통계 등도 영업사원들이 손쉽게 다룰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신에게 맞는 툴을 찾아 분석 역량을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이 원고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44호(2022년 5월 1일자)에 실린 글 “요즘 영업사원 채용 키워드는 ‘분석 능력’”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정리=이규열 기자 ky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