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공학자가 본 ‘로봇의 미래’
한재권 한양대 에리카 로봇공학과 교수
로봇은 기대감과 두려운 감정이 동시에 드는 흔치 않은 대상이다.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로봇이 대신 해주는 장면을 상상하면 내 삶은 보다 더 편해질 것 같다. 그런데 인간의 일을 로봇이 대신 한다는 것은 다른 면으로 보면 로봇이 인간의 일을 빼앗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 일이 내 일이라면 로봇의 등장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식당에서 음식을 배달하는 베어로보틱스의 서빙로봇 ‘서비’. 사진 출처 베어로보틱스
‘모라벡의 역설’. 즉, ‘인간이 잘 못하는 일은 로봇이 잘한다, 그 대신 인간이 잘하는 일은 로봇이 잘 못한다’는 역설적인 말은 로봇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통찰력 높은 글이다. 로봇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 로봇이 인간보다 우월해져서 인간의 모든 일을 다 대신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로봇이 못하는 일이 상당히 많다. 로봇이 못하는 일을 상상하기 어렵다면 모라벡의 역설을 적용해서 인간이 자연스럽게 잘하는 일을 생각하면 된다.
미래 로봇 사업의 성공 열쇠는 인간과 로봇의 올바른 분업에 달려 있다. 인간이 잘하지 못하는 일을 로봇에 맡기면 인간은 감성적이고 창조적인 일처럼 인간만이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를 내리거나 식당에서 음식을 나르는 등 단순반복 작업에서 활약 중인 로봇이 대표적이다. 라운지랩의 자동으로 커피를 내려주는 바리스타 로봇 ‘바리스’. 사진 출처 라운지랩
미래 로봇 사업의 성공 키워드는 인간과 로봇의 올바른 분업과 협업이다. 내 직업을 구성하는 여러 일 중 내가 하기 꺼리는 부분은 과감하게 로봇에 넘기고 나는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에 집중함으로써 내 직업의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장면이 미래 내 직업의 모습이다. 로봇이 도입됨으로써 인간의 직업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로봇이 잘 못하는, 즉 인간이 잘하는 형태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여 직업의 형태를 변화시켰다. 자동차의 등장으로 마부는 사라졌지만 이동 효율은 높아지고 자동차 관련 새로운 직업들과 거대한 규모의 자동차 산업이 탄생했다. 컴퓨터의 등장은 인간의 업무 효율을 드라마틱하게 향상시켰으며 제조업 위주의 직업을 사무직 위주의 새로운 형태로 재편했다. 스마트폰의 등장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없애 업무 효율을 극대화시켰고 모바일 기반의 거대한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냈다. 마찬가지로 로봇의 등장은 또 다른 형태의 직업과 산업을 만들어 낼 것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인간 사회의 갈등은 대부분 힘든 일을 아무도 안 하려 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힘든 일은 로봇에 적합한 일이다. 로봇을 사용함으로써 인간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려는 시도는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얼마 전 아파트 주민과 택배기사 사이에 택배 대란이 발생했을 때 우리 사회는 누구의 편도 들어줄 수 없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었다. 아파트 단지 안에 차량이 다니지 않게 해서 아이들이 안전한 공간을 만들려 하는 주민들의 말도 이해가 되고, 빠르게 배송하고 무거운 짐을 나르기 위해서 최대한 목적지에 가깝게 차를 대야 하는 기사분들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로봇은 인간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는 해결사가 될 잠재력이 풍부하다. 로봇을 영화 속의 장면으로만 보지 않고 로봇의 특징을 잘 파악해 현명하게 사용한다면 로봇은 인간에게 보다 좋은 직업을 선사하고 사회의 갈등을 중재하며 인간이 살기 좋은 문명사회를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한재권 한양대 에리카 로봇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