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발생한 북한에서 연일 수십만 명의 ‘발열자’가 나오면서 모내기를 못해 가뜩이나 심각한 북한의 식량난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탈북자 급증으로 이어져 우리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6일 “15일 하루 동안 39만2920여 명의 유열자가 새로 발생하고 8명이 추가로 사망했다”라고 밝혔다.
이로써 북한이 코로나19 관련 집계를 시작한 지난 4월 말부터 15일까지 누적 발열자는 121만3550명이 됐다. 사망자는 누적 50명이다. 완치자는 64만8360여 명이며 56만4860여 명이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진단 역량이 부족해 실제 감염자는 발표보다 많을 것이며 재확산 등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북한 주민의 70% 이상 감염될 수밖에 없다고 추산했다.
또 백신을 안 맞은 데다 북한 의료체계까지 고려하면 대유행으로 인한 사망자는 10만명을 넘어설 것이며 주민들의 건강·영양 상태를 따져봤을 때 관련 직·간접 사망자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모내기를 해야 할 농번기에 대규모 전염병이 발생한 것은 북한의 식량 사정을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모내기 철에는 14세 이상, 60세 미만이 모두 농촌에 나가서 단체별로 ‘집단 숙식’을 하면서 모내기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정부는 코로나19 발생을 알리면서 전국의 모든 시·군이 각자 지역을 ‘봉쇄’하고 사업·생산·생활단위별로 ‘격폐’된 상태에서 사업과 생산 활동을 조직할 것을 주문했다. 봉쇄로 인해 대규모 인구 이동이 불가능한 상태가 된 것인데 이는 농사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면역이 되어 있어서 북한의 탈북자가 늘거나 새 변이가 발생한다고 해도 유행이 다시 커지는 식의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백신이나 마스크 등은 남아돌아 북에 대규모로 어떤 방식으로든 지원해줘도 물량 부족 사태를 겪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다만 “1918년 스페인독감이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도 그해 가을 전파되어 가을 추수를 하지 못했다. 이것이 식량부족을 낳아 1919년 3·1 만세운동의 원인이 됐다”면서 “전쟁과 전염병, 기아는 한데 엮여서 발생한다. 북한의 체제가 흔들릴 정도의 변화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스페인독감이 우리나라 3·1 만세운동에 끼친 영향을 연구 중인데 제1차 세계대전 후의 물가 폭등과 사회불안뿐 아니라, 조선총독부의 독감 방역 실패로 일상적인 죽음을 목격하게 된 사람들의 분노, 기근에도 계속된 일제의 수탈정책 등을 대규모 항쟁 발생 원인으로 보고 있다.
김우주 교수는 “1990년대 북한 고난의 행군 때 우리 정부도 대규모 탈북자 발생에 대비해 비상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 북한에서 일어날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고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