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감사의견 거절로 거래가 정지된 테라셈이 대규모 횡령·배임 혐의가 드러났다. 경영진 교체 후 약 2년만이다. 특히 자기자본의 400%에 달하는 횡령·배임 규모에 따라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16일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테라셈은 이학우 대표이사 외 임원 1인의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했다.
금액은 횡령 194억원, 배임 270억3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총합하면 464억3000만원의 횡령·배임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테라셈의 자기자본의 400.12%에 해당된다.
당시 감사를 맡았던 삼덕회계법인은 “매출과 관련해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투자기업 등과의 자금거래 및 이와 관련해 적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확보할 수 없었다”면서 “대체적인 절차로도 이를 확인하거나 검증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주목할 점은 이 대표는 지난 2019년말 최대주주 변경과 함께 교체된 경영진이란 점이다. 지난 2019년 10월16일 테라셈은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회사가 어려워져 새로운 최대주주를 찾은 것이다.
첫 3자배정 대상자는 배양에너지였으나 관광모노레일로 변경됐고, 관광모노레일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던 이 대표가 2020년 3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새롭게 최대주주가 된 관광모노레일은 최초 유상증자에 대해 단순투자라고 했으나 이후 경영참여가 목적이라며 투자목적도 변경하기도 했다.
즉, 새로운 경영진이 회사를 운영한지 약 1년만에 감사의견 거절이 발생했고, 약 2년만에 대규모 횡령까지 발생한 것이다. 새로운 경영진은 테라셈 인수 후 사업다각화를 모색했다. 폐기물 매립장을 운영하는 이앤컴퍼니 인수에 나선 바 있으며, 올해 3월에는 신규사업진출을 위해 상호명을 마이크로로봇으로 변경했다.
여기에 횡령·배임 등의 발생으로 상장폐지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첫 거래정지의 문제가 됐던 감사의견 거절 해소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자기자본 400%가 넘는 횡령·배임으로 이후 감사의견도 적정을 받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약 4000명의 소액주주들의 주식은 휴지조각이 됐다. 그간 소액주주들은 테라셈의 경영진들이 거래재개와 경영 정상화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종목 토론방을 통해 “거래정지 후 1년간 기다렸는데 휴지조각이 되버렸다.”, “이젠 정리매매에서 잘 파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등의 글을 게시하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