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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기준금리 0.5%p 인상 ‘빅스텝’ 배제할 단계 아냐”

입력 | 2022-05-16 14:11:00


이창용 한국은행총재.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향후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 가능성을 열어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이은 빅스텝으로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벌어지거나 역전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국내 소비자물가가 치솟고 있어 한은도 하반기(7~12월) 빅스텝에 나설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회동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향후 빅스텝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4월 상황까지 봤을 때는 그런 고려(빅스텝)를 할 필요 없는 상황이지만 앞으로 물가가 얼마나 올라갈지 종합적으로 데이터를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 총재는 후보자 시절 빅스텝 필요성에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달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한국은 한 번에 0.25%포인트를 넘게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조정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했다. 이어 인사청문회에서도 빅스텝에 대해 “아직까지는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은이 지난해 8월부터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린만큼 큰 폭의 인상은 필요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이 총재 발언의 뉘앙스는 달라졌다. 그는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지는 않겠다고 못 박았다”면서도 “한국은 (빅스텝을 배제하기에) 데이터가 불확실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물가 상승과 성장률이 어떻게 변할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5월 금통위 상황을 보고 7, 8월 경제 상황과 물가 변화 등을 봐야 한다”고 했다. 빅스텝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이 총재의 발언에 한은이 당장 26일로 예정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것이란 전망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추경호(왼쪽)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총재가 조찬회동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날 이 총재는 취임 후 추 부총리와 처음으로 단독 회동했다. 두 사람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주요국 통화 긴축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물가 상승 압력이 크게 확대된 가운데 성장 둔화 가능성도 높아진 위중한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높은 물가 상승세가 거시경제의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종합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추 부총리는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물가 상승을 자극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 “우려가 전혀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이번 추경은 이전지출 중심으로 가서 물가 영향이 크진 않을 것”이라며 “현재 다양한, 종합적인 물가 안정 대책을 고민하고 있고 그렇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