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 강남 백화점과 전통 시장을 한날 연이어 찾았다는 것은 굉장히 의미심장하다고 봅니다.”
윤석열 대통령 내외가 취임 이후 첫 주말을 맞아 ‘신세계백화점’과 ‘광장시장’을 잇따라 방문한 것을 놓고, 16일 유통가는 윤 대통령이 유통 규제 완화의 시그널을 보낸 것 아니냐는 기대감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 중 취임 직후 재래시장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직접 백화점을 찾은 것은 윤 대통령이 처음이어서 더 그렇다.
윤 대통령 내외는 지난 14일 서울 서초동 자택 인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이어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주말 나들이를 했다. 전통과 첨단, 강북과 강남, 서민과 중산층을 상징하는 두 공간을 같은 날 연이어 찾으며 균형 추를 맞춘 셈이다.
윤 대통령은 올 초 대선 후보 시절엔 대형마트인 이마트에서 직접 카트를 끌고 쇼핑하는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도 했다.
업계에선 윤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백화점과 전통시장을 찾은 것은 유통업을 더 이상 ‘대기업 대 골목상권’이라는 이분법적 관점에서 보지 않고, 그동안 유통 산업을 옥죄어 왔던 규제를 풀어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한다. 윤 대통령이 이날 취임 후 첫 국회 시정 연설에서 ‘경제’ 키워드를 가장 많이 언급한 것도 이런 해석을 가능케 한다.
‘소탈 행보’나 ‘격식 파괴’라는 호평도 나오지만 주말이더라도 대통령의 동선과 시간에는 저마다 깊은 의미와 치밀하게 계산된 전략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가지리 않고 선거철마다 정치인의 전통시장 방문이 ‘클리셰’(상투적인 장면) 처럼 작동해왔다.
이처럼 그동안 유력 정관계 인사의 백화점 방문이 금기시돼왔던 상황에서 이번 윤 대통령의 강남 백화점 방문은 더 신선하다는 평이다. 유통 업계는 “국민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고,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어디든 찾아가겠다”는 메시지가 담긴 행보로 본다.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세웠던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 공약도 앞으로 어떻게 이행될 지 주목 받는다.
2015년 신세계그룹은 광주광역시에 대형 복합쇼핑몰 사업을 추진하다가 골목상권 보호 여론과 규제 움직임에 부딪혀 철회했는데, 윤 정부는 임기 내 광주 복합쇼핑몰 유치를 국정 과제로 삼고 이를 적극 추진하려는 모양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들이 대형마트 의무 휴업 및 영업 시간 제한으로 대변되는 유통업계 ‘모래 주머니’(기업 규제를 빗댄 윤 대통령의 표현)를 없애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e커머스가 되레 유통 공룡이 되는 등 유통 생태계가 급변했기 때문에 전통시장 및 소상공인 대 대기업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프레임은 낡은 발상”이라며 “10년 전 규제는 더 이상 제 기능을 할 수 없으므로 지나치게 불합리한 규제부터 우선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