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모임 노려… 1명 사망 5명 부상 버펄로 흑인혐오 총격 하루 뒤 발생 바이든 “백인 우월주의 美 가치 반해”
15일 미국 뉴욕주 버펄로시 톱스슈퍼마켓 앞에서 장미를 든 시민들이 총격 사건 희생자 추모 행진을 하고 있다. 전날 이 슈퍼마켓에서 18세 백인 페이턴 겐드런이 총을 난사해 10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사망자는 모두 흑인이었다. 버펄로 경찰은 이번 사건이 흑인을 겨냥한 증오 범죄라고 밝혔다. 버펄로=AP 뉴시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15일 대만계 미국인들이 모여 있던 교회에 아시아계 남성이 총을 난사해 신도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전날 뉴욕주 버펄로시 ‘흑인 혐오 총기 난사’ 사건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또 터진 총격 사건에 미국이 충격에 빠졌다. 미국의 첫 흑인 여성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는 “증오의 풍토병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15일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실버타운 러구나우즈시 제네바장로교회에 60대 아시아계 남성이 침입해 권총을 난사했다. 당시 신도 40여 명이 점심 모임을 하고 있었다. 신도들은 몸을 던져 범인을 제압한 뒤 손발을 묶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인계했다. 경찰은 용의자가 갖고 있던 권총 2자루를 증거물로 확보했다.
전날에는 18세 백인 페이턴 겐드런이 버펄로시 톱스슈퍼마켓에서 총을 50발 이상 마구 쏴 손님과 점원 10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사망자 전원과 부상자 1명은 흑인이었다. 당시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던 시민은 총소리를 듣고 대형 냉장고 안에 숨어 총격이 멈추기만 기다렸다고 말했다.
공영라디오방송 NPR는 버펄로 총격 사건이 올 들어 미국에서 벌어진 198번째 총격 범죄라고 14일 전했다. 이에 따르면 실버타운 교회 총격 사건은 199번째인 셈이다. NPR는 “올해에만 총격 사건이 매주 평균 10건 벌어진 셈”이라고 전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이날 20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증오 범죄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2020년 미국 증오 범죄는 8263건으로 전년보다 500건 이상 늘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5일 성명에서 “인종 범죄는 매우 혐오스럽다. 백인 우월주의를 포함한 어떠한 국내 테러 행위도 미국의 가치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7일 버펄로시 사건 현장을 방문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위로할 예정이다. 해리스 부통령도 “인종 범죄와 극단주의 폭력은 모두에게 해를 끼친다. 우리가 안전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