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동해선 맞벌이-한부모 대상… 서울은 출산 앞둔 임신부만 해당 공공 도우미가 청소-빨래-요리… 장보기-아이-반려동물 돌봄은 안돼 시민들은 기대-우려 반응 엇갈려
두 돌 된 딸, 남편과 함께 사는 워킹맘 이모 씨(34)는 주말인 15일 사설 청소 서비스를 이용했다. 업체 직원 한 명이 나와 전용면적 80m²대 아파트를 4시간 동안 말끔하게 청소하고 떠났다. 여기에 든 비용은 6만 원. 이 씨는 “일과 육아, 가사를 동시에 하려니 힘이 들어 2주에 한 번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전적으로 민간의 영역이었던 청소, 세탁, 요리 등 가사 도우미를 정부 지원을 받고 이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보건복지부는 서울, 울산, 강원 동해시 등 3개 지방자치단체에서 ‘가사지원 서비스’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16일 밝혔다.
○ 정부 예산으로 가사 도우미 고용
시범사업을 시행하는 지자체 주민들은 가구 소득에 따라 월 2만4000원에서 14만4000원을 내면 한 달에 4차례(주당 1회, 4시간) 가사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부 예산을 들여 개별 가정의 가사 도우미를 지원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울산과 강원 동해시에 사는 사람은 7월부터 소득에 관계없이 누구나 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18세 이하 자녀가 있는 맞벌이 가정 또는 일하는 한부모 가정이 신청 대상이다. 최장 6개월 동안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울산은 출산을 앞두고 있거나 최근 3년 이내 출산한 산부는 맞벌이를 하지 않아도 신청할 수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누구에게나 가사 도움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소득 기준을 없애거나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사지원 비용 역시 1회당 5만, 6만 원대인 사설 서비스에 비해 저렴하게 책정했다.
○ 청소 세탁은 ‘OK’, 아이 돌봄은 ‘NO’
정부의 공공 가사 도우미는 각 가정을 찾아가 청소, 세탁, 정리정돈, 요리를 해 준다. 주 1회 4시간씩이다. 신청하면 가정별로 필요한 가사 도움이 뭔지 상담하고 세부 내용을 정한다. 단, 장보기, 아이 돌봄, 반려동물 돌봄, 입주 청소는 하지 않는다. 각 가정에 파견되는 도우미들은 고용노동부 인증을 받은 지역 내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소속이다. 가사관리전문가, 가정관리사, 요양보호사 등의 자격을 갖춰야 한다.복지부는 공공 가사 도우미에 앞으로 참여하는 지자체 수를 단계적으로 늘릴 방침이다. 다만 지자체가 원하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이라 앞으로 이 사업이 어느 정도까지 커질지는 미지수다.
시민들 사이에선 공공 가사 도우미와 관련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 씨는 “육아와 달리 가사 공공 서비스는 처음이라 ‘혁명적 발상’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반면 딸 둘을 키우며 맞벌이하는 직장인 신모 씨(40)는 “가사 노동은 주말에 몰아서 처리하는 만큼 차라리 평일 아이들 돌봄을 강화하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