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오페라발레단 ‘동양인 첫 수석무용수’ 박세은
지난해 6월 10일 파리 바스티유 극장에서 공연된 전막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박세은이 그랑주테(양다리를 옆으로 벌려 높이 뛰는 동작)를 추는 모습. 이 공연 직후 커튼콜에서 박세은은 에투알로 지명됐다. 올 7월 ‘지젤’ 데뷔 무대를 앞둔 박세은은 “자기만의 세계가 있는 지젤을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박세은 씨 제공
지난해 6월 10일 프랑스 파리 바스티유 극장에서 열린 파리오페라발레단(BOP)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커튼콜 무대에 오른 오렐리 뒤퐁 BOP 예술감독이 2011년 한국 발레리나 최초로 BOP에 입단한 박세은을 ‘에투알(´etoile·별)’로 지명했다. 351년 역사를 지닌 세계 최정상의 발레단 BOP에서 동양인 최초 수석무용수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박세은은 외국인 단원 비중이 5%에 불과한 BOP에서 새 역사를 쓴 인물이 됐다. 에투알 승급 1년을 맞는 박세은(33)을 15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파리에서 전화를 받은 그는 “에투알은 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고 고백했다.
“프르미에르 당쇠즈(제1무용수) 땐 주연은 물론이고 군무도 맡아서 공연 횟수가 많았는데 이젠 제가 주연인 무대에만 서거든요. 한 작품을 20회 공연할 경우 이전에는 16∼20회 무대에 올랐다면 이젠 4회 정도 될까요? 연습량이 많은 데 비해 무대에 설 기회는 얼마 없는 거죠. 다음 시즌엔 주인공이 아닌 다른 역할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지젤’은 너무나 유명해서 데뷔라고 하면 다들 놀라시더라고요(웃음). 많은 발레리나들이 지젤을 소중히 여기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천진난만한 소녀가 심장이 아픈 탓에 불편한 몸이 되고, 첫사랑에 빠졌다 이내 배신감을 느끼고 미쳐 가는데…. 짧은 시간에 많은 감정이 빠르게 바뀌면서 증폭돼 가요.”
“제가 추는 줄리엣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보다는 천방지축 같다고 할까요? 이 발레의 안무를 짠 루돌프 누레예프가 그런 모습을 원했다고 배웠어요. 전막 발레를 출 땐 안무가의 의도를 잘 파악하고 그걸 객석에 전달하는 게 제 의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생을 마감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황태자 루돌프의 비극을 다룬 ‘마이얼링’으로 그는 9월 에투알로서 두 번째 시즌을 연다. 영국 로열발레단의 전막 발레 ‘마이얼링’은 BOP에선 처음 선보이는 작품. 그는 루돌프와 함께 세상을 떠난 연인 마리 페체라를 연기한다.
그는 6월과 7월 은퇴 공연을 각각 앞둔 두 명의 에투알을 보면서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고 한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은퇴하는 게 대부분인데 이번엔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데뷔작으로 떠나는 에투알이 있어요. ‘이 사람은 마지막까지 배우고 성장하는구나’ 싶었어요. 리스크도 있겠지만 전 그게 참 재밌고 멋있고 특별해 보여요. ‘난 무슨 작품으로 떠나게 될까’ 생각도 해봤어요. 앞으로 10년은 더 고민하겠지만요(웃음).”
6만∼25만 원.
이지훈 기자 easyh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