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와 휘발윳값이 급등하면서 조금이라도 싸게 주유하려는 운전자들이 도심 곳곳 알뜰주유소에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7일 서울 강서구의 한 알뜰주요소에는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난 오전 10시 이후에도 기름을 넣으려는 차들이 모여 문전성시를 이뤘다.
이 알뜰주유소는 이날 기준 리터(ℓ)당 휘발유 1887원, 경유 1938원에 기름을 판매 중이다. 서울 평균 가격보다 100원 가량 싼 값이다. 직원 이모(29)씨는 “점심시간을 제외하곤 계속 붐빈다”며 “주말도 거의 하루종일 주유구 8곳이 꽉 찬다”고 했다.
앞서 정부는 5월1일부터 7월31일까지 3개월 동안 휘발유·경유·LPG 유류세 인하율을 20%에서 30% 확대한 바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중에 유통되는 기름값은 다시 치솟으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선 ‘정부 정책 효과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직장인 박모(38)씨는 “출근길에 아이 등원시키느라 바쁜 와중에 그나마 싼 곳을 찾아 여기까지 주유하러 왔다”며 “(유류세 인하로) 정부에선 기름값이 내렸다고 하는데, 2주 정도 흐른 뒤에는 내렸다는 느낌을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기름값 부담이 커지자 인근에서 가장 싼 주유소를 검색하거나 입소문이 난 곳을 지인들끼리 공유하는 경우도 많다. 일반 주유소보다 가격이 낮은 알뜰주유소를 찾아 매일 출퇴근하는 시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강서구에서 김포로 매일 출퇴근한다는 최모(30)씨는 “하루에 5~6만원이면 가득 채우던 것이 요즘은 8~9만원이 나온다”며 “매일 왕복 30~40㎞를 운전해 출퇴근하는데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화물트럭을 운행하는 에어컨 설치기사 이모(37)씨는 “요즘에는 매일 기름값이 오르는 게 느껴진다”며 “매일 기름을 채워야 해 요새는 근방에서 가장 싸다는 이곳을 하루에 한 번씩 찾는다”고 했다.
배달 운전기사 등 직업 특성상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시민들이 특히 불편을 체감하고 있다. 8년째 배달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김모(30)씨는 “(배달 오토바이에) 하루 탈 양을 넣을 때 1만원이면 됐던 것이, 이젠 1만2000원을 넣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지급 기준을 리터(ℓ)당 1850원에서 1750원으로 100원 인하하고 지급 시한도 9월말로 연장하기로 했다. 경유 가격이 기준가격을 초과할 경우 초과분의 50%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러시아 제재 등 요인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으로 국내 기름값이 당분간 꺾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