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 개편 움직임
전남혁 산업1부 기자
《“네이버·카카오가 알고리즘이라는 ‘가면’ 뒤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2일, 박성중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
정치권이 뉴스를 편집 및 배열하고 추천하는 포털의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인간 편집자의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아 AI에 의한 뉴스 추천이 도입됐지만 알고리즘의 편향성 문제 역시 제기되면서 전면 개편에 나선 것이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2일 ‘뉴스 서비스의 신뢰성·투명성 제고를 위한 국정과제’를 발표하며 “알고리즘이 ‘사람의 편집’보다 어쩌면 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며 “전문가 중심의 ‘가칭 알고리즘 투명성위원회’를 법적 기구로 포털 내부에 설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도 포털의 뉴스편집권 제한을 골자로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어떠한 방향성이 채택되든, 현 포털 뉴스 서비스의 ‘대격변’이 예고돼 있는 상황이다.》
○ 포털 측 “사람 개입 없다”지만 AI가 가지고 있는 ‘편견’도 문제
포털 뉴스 서비스에 대한 문제제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 야후,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 주요 포털 사이트들이 뉴스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한동안 ‘사람의 편집’을 통한 포털의 뉴스 편집 및 추천이 중심을 이루자 인위적인 조작 및 편향성 문제가 제기됐다. 2017년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네이버 고위 담당자에게 연맹에 대한 비판 기사를 잘 안 보이는 곳에 배치해 달라는 ‘기사 재배치’ 요구를 했고, 이 요청이 일부 받아들여진 사실이 드러났다. 2018년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에서 인기검색어와 댓글창을 이용한 전면적 여론 조작을 일으킨 ‘드루킹 사태’ 이후 네이버 한성숙 전 대표는 “네이버가 더 이상 뉴스편집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2017년부터 부분적으로 시행 중이던 AI 시스템 ‘에어스(AiRS·AI Recommender System)’ 알고리즘에 기반한 뉴스 편집이 확대됐고, 2019년 4월 자체 편집영역이 완전히 없어졌다. 카카오는 네이버보다 앞선 2015년부터 자체 AI 추천 기술을 활용해 다음 포털에서 뉴스를 추천하고 있다.
○ 특정 시각에만 갇히는 ‘필터버블’ 문제도
기계가 편견을 학습하고 이를 그대로 노출한 사례가 나오면서 알고리즘이 어떻게 구축되고 작동되는지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포털은 구체적인 알고리즘을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영업비밀’이라는 입장이지만, 그 작동 방식과 원리에 대해서는 꾸준한 설명과 해석을 내고 있다. 알고리즘의 윤리적 운영 원칙을 공개하고, 외부 집단에 알고리즘 검증을 받으며 편향성 우려를 제거하려는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네이버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2번에 걸쳐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뉴스 알고리즘 검토 위원회’를 발족해 검증을 받고 그 결과를 공개하고 있다. 카카오는 알고리즘 결과에서 특정 가치를 편향하지 않고, 특정 의도에 의해 훼손되거나 왜곡될 가능성을 차단하며, 사회적 취약계층의 편익을 증진하겠다는 내용의 ‘알고리즘 윤리헌장’을 발표한 바 있다.
기사를 많이 노출한 언론사를 우선순위에 놓는 AI의 추천이 소수의 관점을 비교적 등한시하며 이용자를 좁은 시각에만 가둔다는 ‘필터버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AI는 송고된 기사 수, 송고 시점, 최신성 등을 따지기 때문에 특정 언론사가 기사의 질과 관계없이 ‘물량 공세’를 벌일 경우 ‘결과적 편향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필터버블 문제와 관련해서는 “예를 들어 오전 시간에 온라인 대응이 가능한 언론사 및 계열사가 중복 노출되고, 이것이 추천 선호도에 반영되는 상황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사회적인 수준에서는 장기간에 걸친 필터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남혁 산업1부 기자 for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