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 형제의 장난감 전쟁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7세 오빠와 5세 여동생이 장난감을 가지고 싸우고 있다. 울음소리가 나서 부모가 달려와 보니 큰아이가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움켜쥐고 있다. 동생은 “오빠가 안 줘. 오빠가 밀었어” 하면서 더 크게 울어 젖힌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럴 때 많은 부모들이 “오빠야, 동생 아가잖아. 줘”라고 한다. 큰아이가 “싫어. 내 거야” 하면, “너 아주 어릴 때 가지고 놀던 거잖아. 지금 가지고 놀지도 않잖아. 내년에 학교도 가야 하는 애가!”라고도 한다. 그래도 큰아이가 “내 거야. 난 주기 싫어” 하면 부모는 장난감도 많으면서 왜 이렇게 욕심이 많냐며 혼을 내고 만다. 어떤 부모들은 엄마 아빠가 없을 때는 네가 동생을 돌봐야 하는데 그깟 장난감 하나 못 주냐고 몰아붙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장난감이 큰아이 것이 맞다는 것이다. 동생을 돌보는 것, 양보하는 것, 서로 나누며 사이좋게 지내는 것 다 옳은 말이다. 인간이 배워 가야 하는 것이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른들도 많은 노력을 해야 할 만큼 어려운 가치들이다. 가르쳐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런 가치들을 가르치려면 순서가 굉장히 중요하다. 자칫하면 거부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 다음 단계는 큰아이에게 “이 장난감 네 건데 동생 좀 빌려줄 수 있어?”라고 묻는 것이다. 동생에게도 “오빠한테 빌려달라고 해봐”라고 시킨다. 이렇게 말해도 좀 전에 그렇게 싸웠기 때문에 큰아이가 선뜻 빌려주고 싶지 않을 수 있다. 이때, “야, 빌려달라고 말까지 했잖아”라면서 다시 혼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아이는 억울해진다. 안 빌려주고 싶을 때도 있다. 그 행동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어린아이들이 개념을 배우는 순서가 그렇다. 소유를 먼저 배워서 그것이 편안해졌을 때 나누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끔 아이들이 서로 자기 것이라고 우길 때도 있다. 이럴 때는 하루 날을 잡아서 모든 장난감을 다 꺼낸 다음, 이름표 스티커를 준비해서 각각 자기 장난감에 스티커를 붙이게 한다. 서로 자기 것이라고 하는 장난감은 가위바위보를 하든지, 비슷한 장난감 2개를 골라서 그 자리에서 하나씩 소유를 정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네 이름 스티커가 붙어 있는 것만 네 거야”라고 말해준다. 누구의 것인지 구분해 주고, 그 권리를 인정해 주자는 것이다.
장난감 주인이 안 빌려준다고 하면 어쩔 수 없다. 동생에게도 “빌려줄 법도 한데, 좀 속상하지? 어쩔 수 없어. 내일 또 빌려달라고 해봐. 내일은 마음이 바뀌기도 해. 오늘은 다른 거 가지고 놀자”라고 말해 줘야 한다. 동생이 “나는 저거 가지고 놀고 싶은데, 다른 건 재미없단 말이야”라고 떼를 쓸 수도 있다. 이럴 때 기어코 큰아이 장난감을 뺏어서 동생을 주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냥 “엄마가 재미있게 놀아줄 테니까 있는 것 가지고 놀아 보자”라고 말해줘야 한다.
그런데, 부모가 동생과 놀아주고 있으면 큰아이가 그 주변을 기웃거리기도 한다. 그럴 때는 면박 주지 말고 “너도 와서 놀자. 동생하고 장난감 3개 가지고 놀고 있거든. 너도 3개 들고 와”라고 해주었으면 한다. 큰아이가 또 “내 건데…”라고 할 수 있다. “네 것은 다 놀고 네가 잘 챙기면 돼”라고 해주자. 어떤 아이는 같이 놀다 장난감이 망가질까 봐 걱정하기도 한다. 그럴 때는 “글쎄, 뭐 던지지도 않는데 고장이 날까? 일단 재미있게 놀고, 만약에 고장이 나면 고치면 되지. 우리 그냥 재밌게 놀자”라고 아이를 안심시켜 주었으면 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