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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재계 ‘新기업가 정신’ 선언, 좋은 일자리 창출을 1호 과제로

입력 | 2022-05-18 03:00:00

5대 그룹-유니콘 기업 24일 발표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주요 그룹 총수 및 경제단체장과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이사회 의장,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등 유니콘 기업 창업자들이 24일 함께 발표할 ‘신(新)기업가정신 선언문’(가칭)에서 일자리 창출을 첫 번째 실천 과제로 내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대한민국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업이 역할을 바꿔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며 선언문 작성의 배경을 설명했다. 선포식 직후 구성될 ‘신기업가정신 협의체(ERT·가칭)’도 고용을 포함한 사회적 문제 해결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신기업가정신 선언문 문안이 16일 각 참여 기업들에 공유됐다. 선언문은 참여 기업인들 사이에서 1년여 동안 논의된 끝에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발표 전까지도 의견 수렴을 거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선언에는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등 5대 그룹을 포함한 대기업들과 우아한형제들, 쿠팡, 마켓컬리 등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기업)들이 참여한다. 현재 40여 곳이 동참 의사를 밝혔다. 선언을 주도한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정의선 회장, 손경식 회장, 김봉진 의장, 김슬아 대표 등은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릴 선포식에 직접 참석한다.

선언문에서 기업들은 “대한민국은 디지털 전환과 기후변화, 인구절벽, 사회 구성원의 행복 추구 등 새로운 위기와 과제를 맞이하고 있다”고 짚고 “이러한 이슈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도 그 역할을 새롭게 하여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한 ‘새로운 기업가정신 실천 명제’ 5가지도 선언문에 명시했다.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적 가치를 높인다 △협력업체, 고객 등 기업 외부 이해관계자에 대한 신뢰와 존중으로 윤리적 가치를 높인다 △조직 구성원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든다 △청정한 미래와 더 좋은 삶을 위해 친환경 경영을 실천한다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한다 등이다.

첫 번째 과제로 고용 문제를 언급한 것은 최근 청년 일자리 부족 등이 사회 문제로 심화하고 있어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비(非)금융업종의 코스피 및 코스닥 상장사 1874개를 조사한 결과 이들의 총 직원 수는 2019년 149만7000명에서 지난해 148만3000명으로 1만4000명(0.9%)이 줄었다고 17일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증대로 기업들의 고용 동력이 감소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 밖에 협력업체에 대한 불공정 행위, 고객 개인정보 유출, 직장 내 괴롭힘 문제, 환경오염 등 기업 이미지를 나쁘게 하는 일이 발생되지 않도록 기업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의 내용도 선언문에 담겼다.

이번 공동선언과 실천을 위한 ERT 출범은 기업계가 국민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과 변화의 목소리에서 출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영 환경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2020년 공정경제 3법(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감독법),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등 기업 규제 입법이 강화돼 온 것은 결국 기업에 대한 낮은 신뢰와 반감이 한 요인이 됐다는 의미다. 최 회장은 “기업이 변화와 실천으로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는 언급을 자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선포식에서는 정 회장 등 주요 기업인들이 각자 선언의 취지와 동참 배경을 설명하는 자리도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참여 기업들은 선언문 내용을 내부 검토하는 한편 협의체 출범 이후 논의될 어젠다를 마련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선포식 직후 공식 출범할 ERT는 6월 중 1차 위원회를 열고 활동을 시작한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