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 활동 권장 인천 부원여중
표혜영 인천 부원여중 교장.
“팔을 일자로 뻗어야지!” “나이스!”
11일 오후 인천 부평시 부원여중 3층 체육관은 배구 동아리 학생들이 연습을 하면서 지르는 소리로 왁자지껄했다. 교사와 13명의 학생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창의적 체험활동(창체)을 즐기고 있었다. 연습 시작은 서브. 맞은편 코트에 목표지점을 정해 놓고 학생 1명씩 나와 5, 6번 시도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목표한 지점으로 공을 보냈다. 정확히 목표지점에 공이 갔을 때 대기하고 있던 학생들은 “잘한다”면서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간혹 공이 네트를 넘지 못하거나 바깥으로 갔을 때는 김민준 교사(체육)가 실수의 원인을 지적해줬고, 학생들도 “파이팅”을 외치며 격려했다.
서브 연습이 끝나자마자 리시브 연습이 이어졌다. 김 교사가 던져주는 공을 언더핸드와 오버핸드로 받는 것이었는데 학생들은 안정적인 자세로 공을 받아넘겼다. 리시브 연습 후 각각 6명씩 팀을 나눈 후 연습경기가 시작됐다. 경기에서는 토스에 이은 스파이크까지 간간이 나오는 등 아마추어 여중생의 실력을 넘는 수준이었다. 배구반 동아리 창체는 이렇게 3시간 동안 계속됐다.
오 양은 작년 11월 처음 배구를 시작했다. 등교 전 어두컴컴한 운동장에서 혼자 배구 연습을 해 교사들과 학생들의 이목을 끌었다. 배구 동아리는 2학년 동기생 4명이 뭉쳐서 만들었다. 처음에는 배구 시합 출전이 가능한 6명을 모으는 게 목표였다. 배구부원을 모집한다는 포스터를 교내 곳곳에 붙였더니 14명의 학생이 모였다. 자체 시합이 가능한 인원이 모아진 후 올 3월에 동아리를 만들었다.
학생들 힘만으로 만들어진 인천 부원여중 배구 동아리가 한국 교육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순위만 따지는 교육은 이제는 그만!’이다. 배구반 동아리 학생들은 공부로 배우지 못한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한다. 동아리 학생들이 연습 전 손을 모으고 파이팅을 다짐하고 있다(위 사진). 리시브 연습과 연습경기 모습(아래 왼쪽 사진부터). 오한서 학생 등 동기생 4명이 만든 배구반 모집 포스터.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배구는 공부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을 학생들이 스스로 깨치게 하고 있다. 장미은 학생(3학년·부주장)은 “어려운 공을 살려서 공격을 할 수 있는 게 배구의 매력”이라며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는 걸 배운다”고 했다. 차기 주장인 2학년 정희선 학생은 “오후 훈련에 트랙 도는 바퀴 수가 늘어난 것을 보고 체력이 강해졌음을 느낀다. 성격이 활발해졌고 부모님이 열심히 즐기라고 격려해 주시는 것도 힘이 된다”고 했다.
배구 동아리 활동은 학생들의 진로 목표를 뚜렷하게 해 공부를 열심히 하는 동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한서의 꿈은 학군단이 있는 인하대 체육교육과에 진학해 체육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멈추고 싶을 때 멈추지 못한 것을 경험하려면 군사훈련을 하는 학군단이 있는 대학이어야만 된다는 생각”에 인하대로 정했다. “대학을 가려면 성적도 중요하단 걸 알고 열심히 공부 하고 있다”며 “모든 과목에서 20-30점이 올랐다”고 했다. 배구 동아리를 지도하는 김민준 교사는 “운동이 오히려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방법도 알려주고 있다”고 했다. 실제 배구 동아리 학부모들은 김 교사의 생각에 동의해 운동을 지지한다고.
김희라 교사(민주시민자치부장·체육)도 “교직 생활 내내 스포츠가 일상이 될 때 학생들이 변화된 모습을 봤고, 학생들도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한다”면서 “학교가 하지 못했던 것을 배구 동아리 학생들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이뤄낸 것을 칭찬하고 싶다”고 했다.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