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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戰·양적긴축·中성장둔화…빈곤국이 직면한 ‘삼중고’

입력 | 2022-05-18 16:36:00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세계적인 긴축 정책, 중국의 성장 둔화라는 3가지 악재가 맞물리면서 빈곤국들이 벗어날 수 없는 재앙적 상황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로 세계적인 신용 긴축과 중국 경기 둔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수십 억 인구의 빈곤국들이 광범위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자야티 고쉬 미 메사추세츠주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빈곤국들이 처한 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심각하다”면서 “밀과 같은 식량과 비료 가격 상승이 영양 상태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1·2위 밀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밀 부족 현상이 국제 식량 위기를 점화시킨 데다, 최근 인도마저 자국의 밀 수출을 중단하면서 식량 위기가 더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침공 한 달 만에 밀과 옥수수의 수출 가격이 20% 이상 급등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는 지난 16일 전 세계적인 식량난으로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영양실조 치료식 제공에 드는 비용이 최고 16%까지 높아질 것으로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여기에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에너지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졌고, 세계 경제 성장 제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6.1%보다 낮은 3.6%로 잡은 것도 에너지 가격 상승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 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은 것이 글로벌 투자자들로 하여금 기존 저소득 국가에 대한 투자 자금을 회수해, 선진국으로 갈아타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NYT는 진단했다.

NYT는 이러한 변화가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의 화폐 가치를 하락시키고, 이들 국가의 신용 경색으로 이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세계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중국이 성장 둔화세로 접어든 데다 최근 ‘코로나 제로’ 봉쇄 정책을 취하면서 빈곤국들에는 악재가 됐다고 NYT는 진단했다. 중국의 원자재, 부품에 대한 수요 감소는 대(對)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빈곤국들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NYT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표적 국가들로 스리랑카, 튀니지, 가나, 인도네시아, 모로코, 터키 등을 꼽았다. 특히 중견국인 터키의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자국 통화인 리라화 하락에 인플레이션으로 고심하고 있고, 나머지 국가들은 사료·비료·살충제 가격 인상 등으로 고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을 기반으로 남미 경제를 연구해 온 릴리아나 로하스 수아레즈 세계개발센터 선임 연구위원은 “당분간 성장 전망은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우리는 또다른 잃어버린 10년을 겪는 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