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가족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석준이 서울송파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1.12.17/뉴스1
이석준에게 성폭행을 당한 딸 A씨의 아버지이자 배우자를 잃은 B씨는 지난 17일 재판이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나 울분을 토했다.
이날 B씨는 “저야 솔직한 마음으로 살 날이 오래 남은 것도 아니지만, 우리 아이들은 50년, 70년을 살아야 합니다”라며 “무서워하는 아이한테 ‘정 안되면 우리가 이 나라 뜨자’고 하면서까지 달래고 있는데 억장이 무너진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12월14일 서울경찰청은 ‘특정강력범죄 피의자의 신상공개위원회’를 개최해 이석준의 신상 공개를 결정했다. 서울경찰청 제공
이석준은 지난해 12월5일 피해자 A씨를 강간상해하고 휴대전화 카메라로 불법촬영한 다음, 25시간 동안 천안에서 대구로 끌고다니며 감금한 혐의를 받는다.
또 이를 신고한 가족에게 보복하기 위해 흥신소를 통해 알아낸 A씨의 집 주소로 찾아가 A씨의 어머니 C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하고 남동생 D군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이날 법정에 출석해 “저희는 지난 6개월간 지옥 같은 시간과 죽을 것 같은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며 “이석준은 마지막으로 하나님을 찾는 아내를 ‘무슨 아버지를 이곳에서 찾느냐’며 비웃고 무참히 살해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석준은 법정에서 피해자의 집에 찾아간 이유에 대해 “누가 있는지 이야기라도 해보자 그런 생각으로 갔다”면서 “(C씨를 살해할 때) 어떤 말이 오갔는지는 정확히 기억나고 그런 것이 없다”며 끝까지 보복 살인을 위해 찾아간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석준은 범행 전날 흥신소에서 알아낸 피해자의 주소로 커피를 시켜 주소를 확인하고, 소방용 비상벨을 눌러 피해자들이 나오는지도 확인하는 등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검찰은 “피고인은 범행의 주저함이 없었으며, 준비한 범행도구들을 보면 가족들을 모두 죽이고 피해자 A씨를 납치, 유린해 죽이려고 한 것이 아닌가 한다”며 “검찰 조사 4회째에야 자백한 점, 법정에서 피해자를 물질만을 요구한 나쁜 사람으로 모는 점, 피해자·유가족이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점 등을 보면 피고인을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하는 것도 가혹하다고 볼 수 없다”며 재판부에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피해자 측 변호인도 “이 사건 당시에도 피해자의 집을 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이석준이 만약 출소하게 된다면, 더한 방법을 써서라도 반드시 피해자를 찾아내 다시 보복하려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법무부가 발표한 2021 교정통계연보의 ‘성인수 가석방 허가자 형기별현황’. 법무부 제공
B씨 측 변호인을 맡고 있는 전승철 변호사(법무법인 오른하늘)는 “피해자들은 법적으로 피고인의 가석방을 막을 방도가 없다”며 “가석방심사위원회가 비공개로 운영되기 때문에,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수형자가 어떤 사유로 가석방됐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B씨는 “막내 아이가 트라우마로 어디를 잘 나가려고 하지 않고, 밖에 나가는 걸 두려워해 주로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세상을 마음놓고 다닐 수 있도록 엄벌에 처해주기만을 바랄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