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6·1지방선거] 천안, 충남 전체 인구 4분의 1 차지… 아산-당진 등 인근 표심에도 영향력 민주당 ‘초스피드 제명’ 수습에도 시민단체 13곳 사퇴 촉구 기자회견 주요 도심엔 현수막 수십개 내걸려
충남 천안의 한 도심에 나붙은 더불어민주당 출신 박완주 의원의 성 비위 의혹 비판 현수막. 서북구에만 50여 개가 내걸리면서 국민의힘과 민주당 진영 간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19일부터 6·1지방선거 본격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가운데 충남 제1의 도시 천안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출신 박완주 의원(천안을)의 ‘성 비위’ 의혹이 최대 선거 이슈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측은 ‘박완주 사태’가 ‘천안-아산-당진-서산’ 벨트의 젊은층 및 여성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알리기에 분주하다. 반면 3선 중진 박 의원에게 지방선거 중책을 맡겼던 민주당 측은 ‘박완주 지우기’에 부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16일 의원총회를 열어 성 비위 의혹을 받는 박 의원의 제명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민주당이 12일 박 의원의 성 비위 의혹을 스스로 밝히고 제명 방침을 밝힌 지 4일 만이다. 박 의원은 성폭력을 저지른 뒤 피해자를 해고하기 위해 ‘직권면직’까지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주당 충남도당은 13일 “성 비위 피해자와 가족들, 그리고 충남도민 여러분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 측은 “당의 제명 결정은 수용하지만, 아닌 것은 아니다”라며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민주당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천안여성회 등 천안지역 13개 시민사회단체는 13일 성명을 내고 “박 의원은 의원직을 당장 사퇴하고 법의 심판에 스스로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와 기자회견을 통해 “양반의 고장인 충남과 충절의 도시 천안에서 참담한 일이 벌어졌다”며 “박 의원은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성 비위 사건은 친고죄가 아닌 만큼 사법당국은 수사에 착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 비위 의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민주당 후보들은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박 의원과 거리 두기에 나섰다. 공교롭게도 성 비위 사건이 터지기 하루 전날 박 의원을 총괄 상임선대위원장에 내정했던 민주당 양승조 충남지사 캠프는 곧바로 이를 철회했다. 민주당 이재관 천안시장 캠프도 박 의원을 후원회장직에서 해촉했다.
민주당의 진화 노력에도 박완주 사태는 선거전을 타고 확산되고 있다. 성명전(戰)에 이어 현수막전으로도 번지는 양상이다. 기자가 17일 오후 천안시 불당동과 두정동 등 주요 도심을 돌아보니 주요 교차로와 간선도로, 아파트 입구에 박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현수막들이 즐비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국민의힘 등이 현수막을 내걸면 민주당 지지자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행정당국에 “불법 광고물을 왜 방치하느냐”고 강력히 항의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천안시 서북구 관계자는 “서북구 관내에만 박 의원 관련 현수막이 50여 개 나붙은 것으로 보인다”며 “현수막 철거를 요청하며 항의하는 전화도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시는 현수막을 내건 측에 철거를 요청하는 한편 직접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박 의원 사태는 안희정(전 충남지사), 오거돈(전 부산시장), 박원순(전 서울시장) 등에서 이어지는 것이고, 그때마다 민주당은 진정 어린 사과를 내놓거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며 “여성 및 30, 40대를 중심으로 유권자들이 그런 점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