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서부 ‘야보리우’ 르포]러 공격지역 국내언론 첫 현장취재 서방 지원 무기 공급하는 요충지… 러 미사일 공격 주요 타깃으로 도로 텅 비고 아스팔트는 움푹 패어… 실탄 장착 군인들, 취재시도 저지 ‘러 돕는 반역자’ 소문에 민심 흉흉… 인접 폴란드 남동부도 미사일 공포
아조우스탈 마지막 항전 우크라 군인들… 포로 돼 이송 17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남동부 마리우폴 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저항하던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친러 세력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올레니우카로 이송돼 교도소 부근에 정차한 버스에 앉아 있다.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후 제철소 지하 벙커 등에서 몇 주 동안 저항하던 이들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더 이상의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16일 ‘작전 종료’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러시아군에 항복했다. 올레니우카=AP 뉴시스
야보리우=김윤종 특파원
“킴(Kim). 여기는 웬만하면 안 들어가고 싶다. 다시 한번 생각해 달라.”
17일 오후 4시경(현지 시간), ‘야보리우(Яворiв)’라고 적힌 커다란 조형물이 보이자 운전석의 우크라이나인 유리이 씨가 말했다. 기자가 “일단 가보자”며 재촉하자 낙천적이던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군사기지가 있는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주(州) 야보리우에 들어서자 13일부터 기자가 취재한 르비우주 다른 곳과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주요 도로는 차가 없어 텅 비었다. 아스팔트 곳곳이 미사일 공격을 받은 여파인지 움푹 패어 운전을 제대로 하기 어려웠다.
○ “반역자” 소문에 무장 군인들 거리 감시
“언제 다시 미사일이 하늘에서 떨어질지 모릅니다. 하루하루 무사하길 기도할 뿐이에요.”
이날 야보리우 중심가에서 만난 시민 마리야 씨의 말이다. 시민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한 시민은 “오늘 새벽에도 엄청난 폭발음이 두 번이나 들렸다”며 불안에 떨었다. 철도 노선 일부도 손상되고 일부 주택과 건물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야보리우가 속한 르비우주의 막심 코지츠키 주지사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야보리우에 쏟아진 미사일 숫자는 주 내 어떤 도시보다 많다”며 “어떤 것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야보리우 시민들은 당장 보호소로 대피하라”고 강조했다.
러시아군이 양일간 쏜 미사일 11, 12발 가운데 5발은 우크라이나군의 대공 방공망에 의해 공중에서 격추됐다. 이 과정에서 미사일 파편들이 사방으로 떨어졌다. 주민들은 “언제든 내 집 지붕 위로 미사일 조각이 떨어질 수 있다”고 극심한 공포를 호소했다.
○ 폴란드서도 미사일 공포 가중
17일 러시아군 미사일 10여발 이상이 떨어진 우크라이나 서부 야보리우 중심가에서 한 시민이 ‘우리 군을 믿으라’고 적힌 대형 표지판을 보고 있다. 러시아는 폴란드 국경과 가깝고 서방의 군사물자 지원의 통로가 되고 있는 야보리우에 최근 대대적인 미사일 공격을 가하고 있다. 야보리우=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야보리우=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