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 에이스 손흥민과 그의 오늘날을 이끈 아버지 손웅정 감독 (수오서재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제공) © 뉴스1
손흥민(30·토트넘)의 아버지 손웅정씨(60)가 아들을 세계적인 축구선수로 키워낼 수 있었던 비하인드 이야기를 전했다.
18일 스포츠경향은 손씨와의 서면 인터뷰를 공개, 손흥민의 어린 시절부터 훈련 방식, 생활습관 등에 대해 보도했다.
인터뷰에 따르면 손씨는 아들 손흥민에게 축구하는 것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정신을 강조했다. 손씨는 “난 축구를 너무 좋아했지만 나는 죽을힘을 다해 뛸 뿐 기술이 부족한 삼류선수였다”며 “나처럼 축구하면 안되겠다 싶어서 나와 정반대로 가르쳤다”고 회상했다.
이어 “화려한 기술을 익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훌륭한 인성을 갖추고 인생을 겸손과 감사, 성실함으로 대할 줄 알아야 한다”며 “축구를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먼저 인성이 바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축구를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교만할 수 없다”며 인성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손씨는 손흥민에게 축구의 기본기를 훈련시켰던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아주 오랜 시간 기본기 훈련에 집중했다. 축구에서 모든 건 기본기에서 나온다”며 “경기에서 공을 자유자재로 다루려면 패스, 드리블, 헤딩, 슈팅을 정확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서 어릴 때 익힌 동작이 반사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이미 늦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손흥민은 기본기를 배우는 데 7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양발을 자유자재로 쓴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에 대해 손씨는 “본능적으로 오른발이 먼저 튀어나오기보다는 가장 필요한 발이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해야 했다. 흥민이에게 ‘왼발을 잊지 말라’고 강조했다”며 “흥민이가 본격적으로 슈팅 훈련할 때도 날마다 왼발부터 시작했다.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고 체력이 좋을 때 왼발 슈팅 훈련을 먼저 하고 그게 끝나면 오른발 슈팅 훈련을 했다. 그 덕분인지 이제 흥민이는 슈팅만큼은 왼발이 더 편하다고 말할 정도가 됐다”고 했다.
그뿐만 아니라 손씨는 손흥민의 생활 습관도 왼쪽부터 들였다고 설명했다. 축구 스타킹 등 유니폼을 입을 때, 운동화 끈을 묶거나 경기장에 들어설 때 왼발부터 들어가는 습관을 들이도록 한 것. 손씨는 “하루에 왼발 슈팅 500개, 오른발 슈팅 500개를 차게 한 적도 있었다. 공을 100개를 사서 마치 테니스 연습하듯 슈팅 연습을 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손흥민이 ‘월드클래스’, ‘슈퍼스타’ 등의 칭호를 받는 것에 대해 손씨는 “경기를 준비하고 경험하는 과정을 보면 슈퍼스타는 아직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라고 했다. 그는 “늘 다음 경기에 더 나은 경기력을 가질 수 있도록 준비하고 경기를 통해 남는 기록 앞에 겸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칭찬과 박수, 모든 응원에 감사드린다. 아들이 보여주는 축구가 선수가 되려는 유소년에게 좋은 참고가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작은 소망을 밝혔다.
그러면서 손흥민에 대한 고민거리도 털어놨다. 손씨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위치에 오르는 것, 뛰어난 기록을 내는 선수가 되는 것, 온 국민이 알 정도로 이름을 날리는 것, 이 모든 것보다 중요한 것은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고 인간다운 인간이 되는 것이라고 가르쳐 왔다”며 “흥민이가 지금 그 길 위에 있는지 앞으로 계속 걸어갈 수 있을지가 내가 늘 고민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손씨는 손흥민이 은퇴하면 그동안 쌓아둔 축구와 근력에 대한 경험, 훈련법을 유소년들에게 지도하고 싶다는 꿈을 전했다. 동시에 유소년 육성 방식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꼬집었다.
그는 “급하다고 해서 단계를 뛰어넘지 말고 기본기를 착실하게 익혀야 한다. 월드컵과 유럽챔피언스리그 비디오테이프를 300개 정도 갖고 있다. 나는 그 영상을 보면서 기술적인 플레이를 구사하는 데 필요한 기본기 훈련을 준비해 지도했다. 모든 훈련마다 공을 갖고 했다. 공 없이 운동장만 도는 훈련은 좋아하는 축구를 싫어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