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중 과다출혈이 발생한 고(故) 권대희씨에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간호조무사에게 지혈을 맡기는 등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성형외과 원장이 항소심에서도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양경승)는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서울 강남 소재 모 성형외과 원장 A씨 등 4명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3년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2심 과정에서 보석으로 풀려났던 A씨는 재판부가 판결 확정까지 형 집행을 미룸에 따라 이날 다시 법정구속되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A씨 등은 과다출혈 상태를 면밀히 살피지 못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또 “환자가 마취 상태에 있고, 상당한 출혈이 계속되고 있는데 간호조무사 혼자서만 30분간 압박을 진행했다면 무면허 의료행위로 보는 게 맞다”며 1심과 달리 A씨 등 3명의 의료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원장인 A씨가 D씨 혼자 권씨의 지혈을 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전에도 (A씨의) 병원에서는 간호조무사가 혼자서 압박 지혈을 하는 일이 자주 있었고 A씨가 직접 교육을 하기도 했다”며 “A씨는 D씨가 혼자서 지혈하는 것을 말리지 않고 용인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C씨의 경우 D씨가 혼자서 지혈하도록 방치했다는 점이 유죄로 추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C씨는) 의사의 지휘·감독이나 관여 없이 D씨에게 혼자서 지혈을 하도록 해 적절한 조치가 뒤따르지 못했다”며 “C씨도 환자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상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권씨의 어머니인 이나금씨는 재판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나 “재판부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대한민국에 의사 면허가 이렇게 제왕적인지 또 한 번 실감했다. 수술실 CCTV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8일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원심과 마찬가지로 의료사고 법정 최고형인 징역 7년6개월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B씨에게는 징역 6년, C씨에게는 징역 4년, D씨에게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A씨 등은 지난 2016년 9월 성형외과에서 안면 윤곽 수술을 받다 과다출혈이 발생한 권씨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A씨 등은 사건 당시 다른 환자의 수술을 이유로 권씨의 출혈 원인과 부위 확인 등 추가 조치 없이 간호조무사에게 수술 부위 지혈을 맡겨 의료법을 위반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3년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A씨의 의료법 위반 등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판단했다. 이 밖에 B씨에게는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고, C씨에게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D씨에 대해서는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