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코로나19 감염은 4월 말 열병식을 계기로 급속도로 퍼졌고, 5월 말~6월 초에 전염이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체체 불안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국정원은 분석했다. 국정원은 또 북한이 핵실험 준비를 다 끝내고 타이밍만 보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19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발표하는 발열자 통계치에는 코로나가 아닌 발열, 수인성전염병도 상당수 포함돼있다”며 “북한이 매일 발열자 수를 발표하는 건 외부에 대외지원을 호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민심 통제·관리를 위해 수치를 발표하는 것”이라고 한 비공개 보고내용을 국회 정보위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했다.
하태경 의원은 “북한은 4월 말부터 코로나가 확산되기 전에 홍역, 백일해, 장티푸스 등 수인성전염병이 상당히 확산돼 있었다”며 “북한의 코로나 진단설비는 절대 부족하지만, 열체크 온도계는 충분히 있는 것 같다”며 중국과의 왕래수단이었던 기차를 통해 반입이 된 것으로 추측했다.
최근 북한이 발표한 발열자 수를 보면 15일 39만3000명, 16일 27만명, 17일 23만3000명, 18일 26만6000명으로 15일을 기점으로 유의미하게 줄어들고 있다. 16일부터 북한 내 신규 발열자 수의 감소세가 확연하고, 코로나 확진자 수도 발열자에 비해 많이 적어 큰 의미를 둘 사항은 아니라는 게 국정원의 판단이다.
하 의원은 “북한이 발표한 수치를 보면 이미 정점을 찍고 줄어든 양상이 보인다”면서도 “5월 말, 6월 초까지는 대량의 발열자 나올 거라고 추정하고, 북한에 10세 미만 사망자가 많은데 그 이유를 코로나로 보긴 어렵다. 수인성전염병이 꽤 클 걸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울러 하 의원은 “북에서 발표한 코로나 종류가 오미크론, 스텔스 오미크론이고 완치자라 발표하는 숫자가 많다”며 “그래서 북한 내에서도 코로나 공포에 대해 적응을 빨리 하고 있는 것 같고, 체제 혼란이나 체제 불안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 같다”고 국정원 보고 내용을 전했다.
북한의 확진자 수에 비해 사망자 수가 지나치게 적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90% 정도를 기저질환자 내지 약물 부작용으로 사망한 것으로 얘기하고 있다”며 “발열자는 거의 197만명이 발생했는데 63명(사망자) 자체가 코로나로 인한 확진자가 사망한 건 아닌 것 같다”고 김 의원이 밝혔다.
북한 내 변이 바이러스 발생 여부는 오미크론 스텔스일 것으로 파악되지만 북한 당국은 변이바이러스 유무에 대해서 별다른 언급은 안 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백신 접종에 부정적이었던 북한당국의 기류 변화는 감지됐다. 하 의원은 “백신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5월17부터 공식적으로 바뀌기 시작했다”며 “노동신문이 ‘백신 접종 효과 있다, 코로나 막는 효과 있다’는 보도가 있어서 백신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이 기점부터 바뀌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백신 등의 의약품을 외부에서 지원받더라도 “대외 지원 우선순위는 중국이 1순위이고, 그 다음에 국제기구, 미국·한국은 제일 마지막”이라고 국정원은 정보위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중국 방역체계를 배워오겠다’고 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언급하면서 “중국을 통해 일단 의약품을 지원받아서 해결하고자 하는 것 같다”며 “대한민국이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타진한 의약품에 대해 실질적으로 거부의사를 밝힌 것 같다. 공식적인 반응은 보이지 않고 있는데 실질적으로 거부한 게 아닌가 하는 판단이 든다”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상황에 따라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우에 따라선 마스크 2개를 착용하기도 한다고 국정원은 정보위에 보고했다. 다만 “(김 위원장의)주변 인력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방역체계가 강화돼 있었고, 김 위원장에 대해선 굉장히 꼼꼼하게 소독 방역을 계속하기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안 쓰고는 크게 중요한 문제는 아닌 듯 싶다”고 정보위에 보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시기와 맞물려 북한의 미사실, 핵실험 징후도 국정원에 포착됐다.
하 의원과 김 의원은 “미사일은 코로나 시국이긴 하지만 발사징후가 있다. 핵실험도 준비는 다 끝났고 타이밍만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어떤 시점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핵실험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국정원 보고를 전했다. 김 의원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으로 추정하는데 확실하진 않다”고 곁들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