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항복한 우크라이나 군을 테러범으로 규정하는 등 자국의 선전 작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반대로 우크라이나는 민간인 살해 혐의로 전범재판에 넘겨진 러시아 군인의 잔인함을 국제사회에 부각하며 ‘역(逆) 선전전’으로 맞서고 있어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마리우폴에서의 항복을 이용해 우크라이나인들을 테러리스트로 묘사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선전 선동에 집중하고 있는 두 나라를 비교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자국 민간인 살해 혐의로 전범 재판에 넘겨진 러시아 군 바딤 시시마린 하사 사례를 통해 국제사회에 러시아 군의 잔혹함을 부각시키고 있듯이 러시아 역시 마리우폴 투항자들을 전범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꾀하고 있다는 취지다.
NYT는 일방적 침공과 무차별 폭격, 잔혹한 행위들로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을 받아온 러시아 입장에서는 마리우폴 함락 사례가 그동안 비난을 불식시킬 수 있는 일종의 ‘터닝 포인트’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군이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기반으로 결사 항전을 벌여온 부상 병력들의 생존을 위해 러시아군에 항복을 선언한 이후 지금까지 약 960명이 투항했다. 그 중에서 중상자 51명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관할 지역인 노보아조우스크(Novoazovsk) 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투항한 우크라이나 부상군 51명이 치료 받고 있는 DPR 관할 노보조우스크 병원 모습 동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여러 명의 군인들이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이 담겼다. 그 중 두 명은 카메라를 향해 말을 건네기도 했다. 영상 속 한 군인은 “정상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며 “심리적인 압박은 없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주요 인사들은 침공 초반부터 우크라이나가 나치 세력에게 장악됐다는 주장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탈(脫) 나치화’로 우크라이나 민중들을 해방시켜야 한다는 게 주요 침공 명분 중 하나였다.
러시아 대법원은 다음 주 중으로 심리를 열어 아조우 대원을 전쟁 범죄자로 규정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NYT는 러시아 정부가 이들을 전쟁 포로로서의 권리를 박탈해야 한다는 모종의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NYT에 따르면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마리우폴의 아조우 연대 군인들은 유치원과 의료센터를 자신들의 탄약 보관소로 이용하고, 민간인들을 인간 방패로 사용하는 등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며 이들을 전쟁 범죄자로 규정했다.
앞서 이고르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도 전쟁 초기 국면에서 “아조우연대 나치들이 지난 8년간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공화국에서 고의적이고 이례적으로 잔혹하게 민간인을 몰살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서방에서는 러시아의 움직임과 달리 마리우폴 항복 우크라이나 군을 제네바 협약에 따라 전범이 아닌 포로로 간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체결된 제네바 협약은 4개 조약과 3개 의정서를 통해 전쟁 중 인도주의적 처우를 위한 국제법적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협약에 따르면 전쟁포로는 적대 행위에 직접 가담했다는 이유로 기소돼선 안 되며, 포로로 잡힌 뒤 구금은 처벌 형태가 아닌 전쟁에 더 이상 참여하지 못하는 수단으로 취급돼야 한다.
마리우폴 투항 병력들이 전쟁 포로로 취급되길 바라는 우크라이나 측과 달리 전범자로 규정하려는 러시아 움직임에 따라 향후 양측 간 상호 포로 맞교환 협상이 난항을 겪을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