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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서 과다출혈 사망’ 故 권대희 사건 병원장 2심도 실형

입력 | 2022-05-19 15:54:00

수술실 CCTV 설치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의료사고 피해자 고 권대희 씨 유가족인 이나금 환자권익연구소 소장이 지난해 6월 15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성형수술을 받던 환자가 과다출혈 증세를 보이는데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성형외과 원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1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양경승)는 성형수술 도중 숨진 고(故) 권대희 씨 사망사건의 피고인인 성형외과 의사 장모 씨에게 징역 3년과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징역 3년 및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됐던 1심에 비해 벌금형이 올랐다. 1심 선고 당시 법정구속됐던 장 씨는 지난달 보석으로 풀려났고 이날 실형선고에서도 형 확정시까지 보석을 유지하기로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수술방 4개를 만들어 순차적으로 수술을 진행하는 병원 시스템 속에서 이번 사고가 발생했다며 “의료진이 한 환자에게 전념할 수 없는 구조”라고 봤다. 이어 “이런 시스템 때문에 의료진이 권 씨의 과다출혈을 면밀히 살피지 못해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판시했다.

이날 재판부는 일반적인 관리·감독권이 있는 원장 장 씨에게 마취과 의사인 이모 씨 등의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혐의를 추가 인정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의료법이 양벌규정을 둔 취지는 감독을 철저히 해 의료법상 위법 등을 지휘 감독하라는 것”이라며 “다른 의료진과 업무의 성격이 다르다고 면책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원장인 장 씨가 간호조무사 전모 씨 혼자 피해자 권 씨의 지혈을 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전에도 전 씨가 혼자서 압박 지혈을 하는 일이 자주 있었고 장 씨가 직접 전 씨에게 (지혈을) 교육한 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마취과 의사인 이 씨에게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 및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수술을 담당했던 의사 신모 씨에게는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이 씨는 1심과 형이 같으나 신 씨는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추가됐다.

재판부는 신 씨의 경우 권 씨의 출혈량이 상당했음에도 원장 장 씨와 함께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책임을 물어 1심과 달리 업무상과실치사를 유죄로 인정했다. 간호조무사 전 씨는 1심과 마찬가지로 선고가 유예됐다.

권 씨는 2016년 장 씨가 병원장으로 있던 성형외과에서 사각턱 절개 수술을 받다가 과다출혈로 중태에 빠졌다. 의료진은 회복되지 않은 권씨를 두고 퇴근했고, 이후 권 씨는 대학병원에 옮겨졌지만 뇌사상태에 빠져 49일 만에 사망했다. 당시 권 씨의 나이는 25살이었다.

장 씨 등은 권 씨에게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수술 당시 다른 환자를 수술한다는 이유로 간호조무사에게 수술 부위를 지혈하도록 하는 등 의료법 위반 혐의도 있다. 장 씨는 병원 원장으로서 양벌규정에 따라 이 씨 등에 대한 지휘·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혐의도 받았다.

권 씨의 어머니인 이나금 씨는 재판을 마친 후 취재진과 만나 “이번 판결을 존중한다”며 “의사들이 거짓말을 할 때마다 영상을 모아 계속 탄원서를 넣었기 때문에 이 정도라도 형이 나온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소송을 진행하면서 수술실 폐쇄회로(CC)TV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며 “수술실에서 범죄 수술이 일어나지 않도록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