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메뉴’마저 줄줄이 가격 인상
재택근무 2년 만에 사무실 근무를 재개한 정모 씨(33)는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2개와 컵커피를 샀다가 잘못 계산된 줄 알고 영수증을 살폈다. 삼각김밥과 커피 모두 1000원대로 다 합쳐봐야 4000원도 안 될 줄 알았는데 5900원이 결제된 것. 다시 보니 김밥은 각 1700원, 커피가 2500원이었다. 그는 “알뜰하게 때우려고 편의점에 간 건데 생각보다 가격이 많이 나와 물가가 오른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1000원짜리 알뜰 간식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가성비’ 상품으로 인기였던 편의점 1000원 커피와 삼각김밥 등이 사라졌고 식당 불문율이었던 ‘공깃밥 1000원’ 공식도 깨지고 있다.
○ 편의점 가성비 상품도 줄줄이 인상
프랜차이즈 커피의 4분의 1 가격이던 ‘편의점 1000원 커피’도 없어졌다. CU와 이마트24는 1000원이던 따뜻한 아메리카노 가격을 이달부터 각각 200∼300원 올렸다. 세븐일레븐은 13일부터 아이스 아메리카노 가격을 200∼300원 인상했다. 국제 원두 가격은 세계 최대 산지인 브라질의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줄고 물류비가 급등하면서 고공행진하고 있다. 국제 원두가격 기준인 아라비카 원두는 미국 ICE선물거래소에서 17일(현지 시간) 파운드당 2.28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1년 전(1.45달러)보다 57.2% 올랐다.
○ 사라지는 ‘1000원 공깃밥’
소위 ‘국룰(국민 룰)’인 ‘공깃밥=1000원’ 공식도 깨지는 추세다. 식당들은 공깃밥을 서비스 개념으로 줬지만 원가 상승과 배달료 인상으로 1500∼2000원으로 가격을 올리고 나섰다. 일부 국밥집, 돈가스집 등은 포장 시 홀과 같은 가격을 받으면서도 공깃밥을 따로 주지 않는다. 백반 집을 운영하는 한 사장은 “찌개 하나 시키고 공깃밥을 4∼6개씩 주문하는 손님이 늘고 있는데 배달비 빼면 남는 게 없다”며 “차라리 즉석밥을 데워주고 2000원씩 받는 게 낫다”고 했다. 고깃집 후식냉면도 1년 새 적게는 50%에서 최고 2배까지로 뛰었다.
분식집도 비상이다. 인천 3대 떡볶이 집으로 꼽히는 남동공단 떡볶이는 떡볶이(800g·3인분) 가격을 기존 5500원에서 6500원으로 인상했고 전북 익산의 한 분식집은 6000원이던 칼국수 가격을 4월부터 1000원 올렸다. 수원의 한 인기 만둣집도 10개에 5500원 하던 군만두 가격을 17일부터 500원 올렸다. 최근 밀가루와 식용유 값 인상 때문이다. 돈가스집을 운영하는 조모 씨(49)는 “지난해 3만 원대였던 18L짜리 말통 식용유 가격이 이달 6만 원을 넘었다”며 “돼지고기, 치즈 가격도 올랐는데 기름값이 8만 원까지 오른다는 얘기가 돌아 가격 인상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