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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워런 버핏 “가상자산 사지 않겠다”

입력 | 2022-05-20 03:00:00


최근 비트코인과 비슷한 가상자산인 한국산 암호화폐 ‘루나’(LUNA)와 ‘테라USD’(UST)가 폭락했습니다. 특히 루나는 불과 한 달 전 2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8배 가까이 올랐다가 최근 사흘 만에 99.9% 폭락, 1원으로 주저앉아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러자 투자의 달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과거 발언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기업인이자 투자가인 버핏(사진)은 2020년 총자산 규모 692억 달러(약 83조 원)로 세계 부자 순위 10위에 이름을 올린 사람입니다. 뛰어난 투자능력으로 ‘오마하의 현인’으로도 불립니다.

버핏의 투자기법을 ‘므두셀라 기법’이라고 합니다. 므두셀라는 구약성서 창세기에 등장하는 969년을 살았다는 사람입니다. 버핏은 성경에서 가장 오래 산 인물 므두셀라처럼 안정적인 기업에 긴 시간 투자해 수익을 얻는 투자 방식을 강조했습니다. 인터뷰에서 버핏은 10세 때 불과 1000달러를 수익률 10%에 복리로 투자하면 10년 뒤엔 2600달러로 2.6배 늘어나지만, 50년 뒤면 11만7400달러로 117배 이상 늘어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버핏의 투자조합은 1965년 다우지수 상승률보다 33%포인트나 높은 수익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이후 10년간 다우지수가 122% 상승할 때 누적 수익률 1156%를 달성했습니다. 2014년까지 연평균 21.6%의 수익을 거뒀는데 50년간 주가 상승률을 따지면 182만6163%입니다. 어마어마합니다. 이 때문에 버핏은 장기투자와 복리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

그런 버핏이 버크셔해서웨이 연례주주총회에서 가상자산인 비트코인에 관한 질문을 받고 현재 시가총액 7000억 달러가 넘는 비트코인 전부를 25달러에 판다고 해도 사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비트코인은 아파트나 농지처럼 무언가를 생산하는 자산이 아니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은 ‘사겠다’는 ‘누군가’가 존재하지 않으면 아무 가치가 없다고 말한 겁니다.

하지만 가상자산 옹호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기존 화폐와는 다른 투명성, 실물화폐 이상의 보안성, 블록체인 기술의 안정성 등이 가상자산이 실물 화폐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 근거로 꼽힙니다. 한편 가격이 너무 오른 아파트나 토지 같은 기존 자산들은 이미 젊은층에서는 투자하기 쉬운 대상이 아닙니다. 어쩌면 평생 일해도 서울에 아파트 한 채 사기도 어려운 현실이 지금과 같은 가상자산 투자 열풍에 한몫했는지도 모릅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대부분의 ‘투기 열풍’은 수많은 피해자만 낳고 물거품처럼 꺼져버린 사례가 많습니다. 루나와 테라 코인 역시 현재 전 세계 대부분의 거래소에서 거래 중지 혹은 상장 폐지되어 실질적인 재산 가치를 잃었습니다. 다른 암호화폐를 비롯한 가상자산들은 먼 미래 어떻게 활용될지, 또 어떤 가치를 지닐지 궁금해집니다.


이의진 누원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