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S(스태그플레이션) 공포’로 미국 증시가 2년 만에 최대로 폭락하면서 아시아 금융 시장이 일제히 요동쳤다. 19일 코스피는 1.28%(33.64포인트) 하락한 2,592.34에 마감하며 사흘 만에 2,600 선이 무너졌다. 장 초반 2% 이상 급락해 2,560대까지 밀리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은 11.1원 급등(원화 가치는 하락)한 1277.7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1.89%), 대만 자취안지수(―1.70%), 홍콩 H지수(―2.68%)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2% 안팎 급락했다.
“최근 증시 하락세, 2000년 닷컴버블때보다 심각”
미국發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주요 유통기업 어닝쇼크에 시장 흔들
코스피 1.28%-日닛케이 1.89% 급락
인플레이션 공포와 ‘버블 붕괴’ 경고 속에 미국 증시가 급락하자 글로벌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
18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각각 3.57%, 4.04% 급락했다. 두 지수의 하락 폭은 2020년 6월 이후 가장 컸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4.73% 떨어졌다.
대형 유통기업들이 줄줄이 ‘어닝쇼크’ 수준의 1분기(1∼3월) 실적을 발표하면서 시장을 흔들었다. 1분기 순이익이 반 토막 난 소매유통업체 타깃은 주가가 하루 새 24.9% 폭락했다. 미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는 유가와 인건비 등을 이유로 올해 순이익 전망치를 마이너스로 대폭 낮췄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은 그래도 소비가 견실하다는 평가가 많았는데 소비 관련 산업에 충격이 발생한 데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 예고까지 겹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했다.
월가에서는 최근 증시 하락세가 2000년 ‘닷컴 버블’보다 심각하다는 우려도 나왔다. 과거 금융시장 버블을 수차례 예측했던 월가의 유명 투자자 제러미 그랜섬은 CNBC 인터뷰에서 “표면적으로 이번 버블은 기술주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2000년과 닮았지만 부동산, 에너지 등 모든 자산가격이 부풀려졌다는 점에서 그때보다 심각하다”고 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