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성주군에 위치함 주한미군 사드 포대 . 2021.5.14/뉴스1
21일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에서 5년째 ‘임시 배치’ 상태에 있는 경북 성주 소재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의 ‘정상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정부 관계자는 20일 “한미 양국이 성주 사드 기지 정상화 원칙에 합의한 것으로 안다”며 “한미동맹 정상화와 관련된 사안인 만큼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한미군의 사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감시·요격한다는 목적에서 박근혜 정부 때인 2017년 4월 국내에 반입됐다. 당시 정부는 통상 6개월 정도 걸리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사드를 정식 배치할 계획이었으나, 대통령 탄핵과 중국 당국의 반대 등으로 그 추진에 차질을 빚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인근 지역 주민 등의 ‘사드 배치 반대’ 주장을 의식해 그 절차를 진행하지 못했다. 일각에선 ‘중국 당국의 눈치를 봤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주한미군 사드 포대는 여전히 정식 배치가 아닌 ‘임시 배치’ 상태로 남아 있고, 이곳 기지에서 근무하는 한미 양국 군 장병 400여명도 컨테이너 막사 등에서 생활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 정부가 그간 한미안보협의회의(SCM)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드 기지 여건에 대한 불만을 제기해온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작년 3월 방한했을 때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사드 기지를 지금 같은 상태로 방치할 것이냐, 동맹으로서 용납할 수 없다(unacceptable)”고 항의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월10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 등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물자 반입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사드철회 소성리 종합상황실 제공) 2022.2.10/뉴스1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와 관련한 환경영향평가에 속도를 내겠단 뜻을 미국 측에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사드 기지의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하고, 주한미군의 임무 수행 여건을 갖추기 위해 기지를 정상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국방부도 올 3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사드 관련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조속히 추진하는 방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주 사드 기지 내로 전력을 정식으로 공급하기 위한 공사 등 시설 정비를 위해 이미 책정된 한미 방위비 분담금 가운데 일부를 사용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사드 기지엔 한미 장병들의 생활관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또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군 전력 등의 사드기지에 대한 ‘접근성’ 확보 문제도 비중 있게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러캐머라 사령관이 언급한 ‘제한 없는 접근’ 또한 사드 기지 인근에서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는 반대 단체 및 주민들 때문에 각종 물자 반입이 어려운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우리 정부는 가급적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설득에 실패할 경우 공권력 동원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측에선 공권력을 동원하지 않았던 문재인 정부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여 온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