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지난 10일부터 시행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1년 유예 조치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에 매물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20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 통계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 수는 6만353건으로 다주택자 대상 양도세 중과 배제 정책 시행 직전인 지난 9일 5만5509건 대비 4844건(8.7%) 급증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이 방안을 공식화한 지난 3월 31일(5만1537건)에 비해서는 8816건(15.9%) 늘어났다. 다주택자들이 양도세와 보유세 부담을 덜기 위해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가 6만 건을 돌파한 것은 지난 2020년 8월 6일(6만306건) 이후 약 1년9개월 만이다.
종전에 다주택자가 규제지역에서 집을 팔 경우 2주택자는 양도 차익의 최고 65%, 3주택 이상 보유자는 최대 75%를 세금으로 내야 했다. 시장에서는 새 정부가 양도세 중과를 1년간 유예하자 일부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보유세 기산일인 6월1일 이전에 잔금을 마칠 경우 양도세 중과 배제뿐 아니라 종부세도 줄일 수 있게 된다.
서울에서는 중구 12.6%, 강서구 12.4%, 금천구 12.2%, 관악구 11.8%, 송파구 10.8%, 마포구 10.4% 등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매물이 많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또한 서울 뿐 아니라 광주 11.3%(1116건), 인천 9.6%(2298건), 경기 8.2%(8794건) 등도 매물 증가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 강력한 대출 규제가 작동하고 있는데다 추가 금리인상 기조가 예상되는 만큼 매수세가 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0.8을 기록했다. 작년 11월15일부터 27주 연속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며 매수 심리가 위축된 상황이다.
종로구 내수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장에 매물이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매도자가 희망하는 가격과 매수자가 원하는 가격의 간극이 상당히 벌어져 있어서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새 정부가 추진할 부동산 정책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 관망세가 강하다”며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책 방향이 정리되면 매도자나 매수자가 움직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서울=뉴시스]